국토교통부, '선의의 피해자'로 인정
불법 전매된 분양권을 매수했더라도 과정상 위법 행위가 없었다면 주택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4월 11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21일 미추홀구로부터 '전매 제한을 위반했거나 위반한 양도인으로부터 분양권을 승계한 사실이 확인돼 주택 공급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가 왔다.

당황한 A씨는 B씨와 맺은 분양권 매매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계약서에는 2019년 6월 최초 당첨된 수분양자가 전매 제한 기간 6개월이 지난 2020년 1월 말 B씨에게 분양권을 적법하게 승계한 내역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A씨가 다시 조합과 지자체에 확인해본 결과, 계약서와 달리 최초 당첨자는 6개월이 지나기 전인 2019년 7월 B씨에게 분양권을 팔았다가 경찰 수사를 받는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시행사에 불법 전매된 분양권인지 전혀 몰랐다며 항의했으나,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지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항이 마련된 부정 청약과 달리 불법 전매의 경우 모두 '계약 취소 대상'에 해당한다는 행정지도 때문이었다.

현재 주택법 제65조는 공급질서 교란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주택 청약자가 해당 행위와 관련이 없음을 소명할 경우 주택 공급 계약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주택 전매 제한 규정을 둔 제64조에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A씨는 국토부에 거듭 민원을 제기한 뒤 계약서와 최초 수분양자의 판결문 등을 소명 자료로 제출했다.

국토부는 A씨가 행정지도를 받은 지 1년여 만인 지난달께 "소명 자료를 검토한 결과 A씨가 산 분양권 전매 행위에 위법 사항이 없다"며 "사업 주체에게 주택 공급 계약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다시 통보했다.

A씨를 선의의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A씨를 대리한 문성준 변호사는 "법에 규정된 주택 환수 조치는 불법 전매 당사자에게만 할 수 있을 뿐 재전매 과정에서 불법 전매를 하지 않은 제3자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라며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로 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