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붕괴 전 1년간 1.75%p↑…금융위기 전 2년1개월간 4.25%p↑
"내년까지 8차례·2%p 인상 예상"…올해에만 1.50%p 인상 전망도
한 번에 0.5%p 인상 '빅스텝' 가능성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상승하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에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준은 2000년대 초 성장주로 불리는 정보기술(IT)업체 주가가 폭락한 닷컴 버블(거품) 붕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3일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준이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8차례 인상할 가능성과 3%포인트 넘는 인상 효과를 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 인상 폭 관심…과거 인상기 어땠나
◇ 연준, 닷컴 버블 붕괴·금융위기 때 어땠나
1990년대 말부터 2015년 말까지 경제 위기 발생과 이에 대응하는 연준의 움직임을 보면 금리 인상과 인하가 반복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연준의 대응을 보면 1990년대 말 이후 '저금리→IT주 거품→금리 인상→시장 위축→금리 인하→부동산 거품→금리 인상→금융위기→금리 인하(제로금리)'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전후 '닷컴 버블'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성장주로 불리는 정보기술(IT)주 쏠리면서 초래됐다.

나스닥지수는 1999년 9월부터 2000년 3월 최고점까지 83% 폭등했다.

이때 미국 연준은 1999년 5월 4.75%이던 기준금리를 2000년 5월 6.5%까지 1년간 1.75%포인트 높였다.

그러나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연준은 버블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연 1.00%까지 내리고서 2004년 5월까지 유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로 자금이 몰리면서 집값이 폭발적으로 올랐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인상에 나서 2006년 6월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당시 2년 1개월 새 기준금리 인상 폭은 4.25%포인트에 이른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7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연준은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2008년 12월 0.0∼0.25%의 제로금리 시대를 열어 2015년 11월까지 유지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선 건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이때 제로금리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연 2.25∼2.50%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자 2019년 10월 기준금리를 연 1.50%까지 다시 낮추고서 이듬해(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자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은 기준금리를 IT 성장주 추락 전 닷컴버블 당시 1년간 1.75%포인트, 금융위기 전 부동산값 폭등 때 2년 1개월간 4.25%포인트를 각각 올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 인상 폭 관심…과거 인상기 어땠나
◇ "내년까지 8차례 인상 가능성…양적긴축까지 3%포인트 인상 효과"
저금리로 전 세계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유례없이 폭등하자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에 7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5% 올랐다.

상승 폭은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폭이다.

6%를 넘는 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이어졌다.

도이체방크와 씨티그룹은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빅스텝'(Big Step)으로 볼 수 있는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5·6·9·12월에 '베이비 스텝'(Baby Step)으로 볼 수 있는 0.25%포인트씩 추가로 올려 올해에만 1.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7월 1일까지 10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3·5·6월 FOMC 회의 때 0.25%포인트씩 올리고서 중간에 한 차례 더 인상하거나 한 번은 0.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움직임을 고려하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다음 달부터 0.25%포인트씩 올해 네 차례와 내년 네 차례 모두 8차례, 2%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양적긴축(QT)이 이뤄지면 1%포인트에 가까운 인상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말까지 경제주체가 받을 금리 인상 압박은 3%포인트 이상으로 추산한다"며 "증시와 부동산 모두 금리 인상 충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물가 모멘텀이 상반기에 집중된 만큼 연준이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규모가 큰 양적 긴축으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현재 시장은 IT 버블 붕괴 때와 차이점이 있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IT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이익이 증가하고 양호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신성장 부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