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시 이용 132만명 몰려
아마존 화제작 '뉴월드' 기록 넘어
7년간 1000억 투입한 대작
게이머 의견 반영, 팬층 두터워
K게임 5년 만에 글로벌 1위 탈환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11일 스팀에 공식 출시한 로스트아크 스팀 버전이 출시 직후 동시 이용자 수 1위에 올랐다. 최고 동시 이용자 수는 132만5305명(13일 오후 1시 기준)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공식 출시 전 미리 공개한 유료 상품(파운더스 팩)만 이틀 새 150만 개 이상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9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스팀은 동시 접속 회원 수 2000만 명이 넘는 대표적인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다. PC 게임 기준으로 이곳의 동시 이용자 순위가 글로벌 게임 인기 순위로 간주된다.
한국 게임이 해당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2017년 8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이후 처음이다. 당시 크래프톤은 스팀에서 배틀그라운드 흥행 성공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게임사로 도약했다. 스팀 동시 이용자 수 100만 명 돌파 자체도 오랜만의 기록이다. 로스트아크 이전에 스팀에서 동시 이용자 수 100만 명이 넘은 게임은 배틀그라운드(325만 명)를 포함해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130만 명·미국), ‘도타2’(105만 명·미국), ‘사이버펑크 2077’(105만 명·폴란드) 등 4개밖에 없다.
로스트아크는 특히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부문에선 최다 동시 접속 기록도 경신했다. 지금까지는 아마존의 ‘뉴월드’(91만 명)가 들고 있었던 기록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출시한 이 게임 개발에 5년 동안 5억달러(약 5997억원)를 투입했다.
“게임의 본질을 완성하라”…7년간 투자
로스트아크의 폭발적 인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의 MMORPG라는 점이 꼽힌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배경, 다양한 전투 방식, 초정밀 그래픽 등이 특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PC MMORPG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이 필요해 최근 해외 시장에서 신작을 찾기 어려운 것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11년 게임 기획에 착수해 2018년 로스트아크 국내 버전을 내놓을 때까지 7년간 제작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공약’ 방식의 업데이트도 글로벌 팬심을 움직인 한 요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매년 이용자 간담회를 연다. 이때마다 이전 공약의 실천율을 공개하는데 이행률이 90%를 넘는다. 게임 내 인기 콘텐츠인 ‘군단장 레이드’ ‘캐릭터 기술 연습장(트리시온 수련장)’ 등이 이런 사례다.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작년 12월 간담회 공약은 이 방식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일명 ‘더 보기’ 기능을 사실상 무료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 기능은 게임 전체 매출의 17%에 달하는 수익 모델이었다.
이 같은 게임 운영 방식이 실행되기까지는 로스트아크 개발을 총괄한 금강선 스마일게이트 디렉터의 역할이 컸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빛강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개발책임자다. 그는 간담회에서 “게임이 여러분에게 맞춰야 하는 시대인데 시대착오적인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하는 등 이용자의 지적을 신속하게 수용하는 행보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았다.
일부 게임 이용자는 지난달 금 디렉터의 생일을 기념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광고판을 경기 성남 판교 지하철역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