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발리예바 / EPA 연합뉴스
카밀라 발리예바 / EPA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6)의 도핑 의혹을 처음 보도한 기자들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살해 위협을 받은 기자들은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의 덩컨 매카이, 마이클 파비트 기자다. 이들은 지난 9일 발리예바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에 진행한 도핑 검사에서 문제를 보였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파비트 기자는 특히 매카이 기자가 살해 위협과 심각한 욕설에 직면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앞서 매카이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당신이 마시는 차에서 새 물질이 발견되면 당신은 이미 양성일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사실을 전했다. 이는 2006년 11월 런던 밀레니엄 호텔에서 방사성 물질인 플로늄이 섞인 차를 마시고 사망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리트비넨코 사건을 암시한 것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발리예바에게 도핑 위반 관련 질문을 한 기자들도 각종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영국의 한 기자가 발리예바에게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 지 물었는데, 미디어 센터에 있던 러시아 기자들이 그를 둘러싼 뒤 "15세 아이에게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이 같은 소식이 러시아 매체를 통해 전해졌고 이 영국 기자는 이후에도 "우리 러시아 기자들이 너를 갈기갈기 찢을 수 있다"는 협박도 받았다.

러시아 주요 인사들도 발리예바의 결백을 주장하며 도핑 관련 질문을 하는 기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스베틀라나 주로바 러시아 하원의원은 러시아 매체에 "그들이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며 "같은 방식으로 치료 받아도 그들의 선수에겐 정상이고 우리 선수들은 도핑이 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스비셰프 러시아 하원의원도 "카밀라는 너무 어리며 아이들에게 그런 (도핑 관련) 질문을 해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발리예바가 금지된 것을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날 브리핑에서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수집한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협심증 치료제로 알려진 트리메타지딘은 혈루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로도 사용될 수 있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4년부터 이를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조만간 긴급 청문회를 통해 발리예바의 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출전 여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 박탈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