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 끝나면 2년 계약 종료…22년 현역 생활 마무리
"은퇴 투어 말고 원정 사인회 하고 싶어…후회 없이 다 쏟겠다"
롯데 이대호 "은퇴 번복?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은퇴 투어'보다는 원정 사인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는 최근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은퇴 투어' 자격 논란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쪽을 택했다.

마지막 바람인 롯데의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겠다는 것이 은퇴 시즌을 앞둔 이대호의 각오였다.

이대호는 12일 프로야구 롯데의 스프링캠프지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한눈에 봐도 홀쭉해진 모습에서 현역 마지막 시즌을 앞둔 이대호의 각오가 엿보였다.

그는 "살을 많이 뺐다"며 "올해가 마지막이라서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총액 26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대호는 2022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올 시즌이 종료되면 이대호는 22년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이대호는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2004년부터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하며 롯데의 중심 타선을 줄곧 지켰다.

2006년 타율 0.336으로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의 위업을 쌓았고, 같은 해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써냈다.

일본에선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한국인 선수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2016년에는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하고 태평양을 건너가 스프링캠프 무한 경쟁을 뚫고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에 성공했다.

이어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에도 15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부와 명예, 기록을 모두 거머쥔 이대호였지만 단 하나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었다.

친정팀의 우승이 그것이다.

'부산 갈매기'를 목이 터지라고 외치며 롯데의 우승을 염원하던 부산 팬들에게 이대호는 우승을 선물하지 못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던 이대호는 2017년 롯데로 돌아왔고, 이제는 현역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다.

롯데 이대호 "은퇴 번복?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죠"
이대호는 "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며 "겨울에 혼자 운동을 많이 했는데, 슬프더라. 다시 못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했다"고 은퇴 시즌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최근 인터넷에선 이대호의 '은퇴 투어' 자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KBO 차원에서는 '국민 타자'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진행된 바 있는데, 현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20년에는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한 LG 트윈스 박용택의 은퇴 투어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용택은 결국 은퇴 투어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대신 각 구단에서 자발적으로 환송식을 개최했다.

이대호는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불릴 정도로 리그를 넘어 국가대표로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커리어를 쌓았지만 '은퇴 투어'와 관련한 논란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대호는 '은퇴 투어'에 대해 "솔직히 구단에 은퇴식도 안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울 것 같다.

은퇴식 하는 날이 잡히면 일주일 전부터 울 것 같다"며 "제가 보기보다 눈물이 많고 감성이 풍부하다.

그런 것(은퇴 투어) 생각 안 해봤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마지막 경기 때는 은퇴식이나 은퇴 투어보다는 사인회를 했으면 좋겠다.

부산 팬들은 홈이라서 기회가 많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야구팬들은 사인을 받고 싶을 것이다.

전국 곳곳에 롯데 팬들이 많이 계시지 않나.

그래서 전국 구장에서 사인회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롯데 이대호 "은퇴 번복?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죠"
본인의 은퇴 투어는 바라지 않지만, 후배들과 팬들을 위해서라도 은퇴 투어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이대호의 생각이다.

그는 "한 팀을 응원하는 팬이 해당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퍼져 있다"며 "그래서 마지막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퇴 투어는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걸로 '해주니, 안 해주니'는 아닌 것 같다.

팬들도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은퇴 투어와 별개로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그는 "30홈런, 100타점 하고 멋있게 은퇴하면 좋겠다"며 "후회가 남지 않도록 다 쏟고 은퇴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퇴 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자가 한번 말을 뱉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대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같이 있을 시간이 불과 6개월 밖에 없으니 궁금한 게 있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며 "부끄럽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와서 (노하우) 뽑아갈 것 있으면 뽑아가라고 했다"고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전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롯데 이대호 "은퇴 번복?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