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징계도 지지부진, 학생들 '불안'…"학교 빠른 판단과 조처 중요"

피해 학생들은 학점과 취업 등 불이익, 좁은 지역사회 특성에 기반한 왜곡된 소문, 느슨한 학내 징계 규정으로 가해 교수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경찰 신고마저 꺼리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한 국립대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 성희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교에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학교 인권센터에 처음 신고한 2020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 교수는 계속 강단에 서며 유사한 범행을 거듭 저질러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학내 징계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대다수 학생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한 학생의 용기로 범행 사실을 학교가 인지했으나 교수가 징계를 받고 강단으로 돌아오면 재학생 입장에서 학점과 취업 등에서 어떤 보복이 돌아올지 두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좁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누가 학내 성 비위를 고발했다'는 소문이 지역 내 기업체 귀에 들어가면 일종의 '내부고발자'인 해당 학생을 뽑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가해 교수는 평소 기업체나 기관 견학을 학생들과 자주 다니며 자신의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피해 학생 학부모는 '우리 애 취직해야 한다'며 학내 고발을 취소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들은 고발인 신원이 가해자에게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재판 출석에 대한 부담감, 취업 준비와 조사를 병행하기 힘든 현실 등 이유로 경찰 수사마저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는 분리 조사가 기본이고 가명 조서, 신뢰관계자 동석 제도, 진술녹화제도 등 다양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 진술은 이런 유형의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이므로 어느 정도 진술 용기를 내줘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범죄 피해자 혹은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약 범죄 사실을 알린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피고소인이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학교 측의 빠른 판단과 후속 조처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어디까지나 법정에서 다툴 사안이고,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법원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자체 징계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남지방변호사회 조아라 홍보이사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학교 자체 판단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해당 교수에게 정직이나 안식년을 주는 방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또한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동시에 해당 교수를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보면 '어제 교수님 꿈꿨다 Yes or No?', '앞으로 꾸고 싶다 Yes or No?', 'Lovely 한 모습 보고 생각해보겠다', '교수님 꿈꾸렴' 등 과도하게 친밀한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해당 교수에게 피해를 받았다며 학교 측에 구체적으로 진술한 학생만 현재 7명이며 이밖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까지 고려하면 총피해자 수는 십수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학생들은 '무릎을 만졌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을 쥐거나 하이 파이브를 계속했다' 등 진술을 했다.
취업을 미끼로 만남을 종용해 사적인 이야기를 물어보거나 신체접촉을 한 사례도 있어 다수의 학생이 교수를 피하고자 휴학을 해야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