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무단점거' 이틀째…CJ대한통운,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에 대한 점거를 이틀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이 경찰에 시설 보호를 요청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의 주장을 볼 때 불법점거가 다른 시설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날 본사 건물에 대한 시설 보호를 요청한 데 이어 대한통운 택배들이 권역별로 모이는 290여 개 허브터미널과 주요 인프라에 대한 시설 보호를 추가로 요청한단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민 생활 유지를 위한 필수 인프라인 택배 허브터미널이 불법점거 당할 경우,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국민 고통이 배가될 수 있어 오늘 시설보호요청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불법점거로 인해 본사 사무실의 코로나 19 방역체계가 붕괴됐다 판단하고 본사 건물 전체를 폐쇄했다. 아울러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할 것을 지시했다.

CJ대한통운은 "노조는 파업 46일간 근거 없는 수치와 일방적 왜곡, 부풀리기로 여론을 호도해왔다"며 "그동안은 최소한의 대응만 해왔지만, 불법과 폭력이 행해지고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은 10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택배노조를 주거침입,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전날 노조의 점거 과정에서 본사 직원 2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건물 유리창 등 일부가 파손됐다.

46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택배노조는 동력을 잃어가자 요구 관철을 위해 불법 점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는 정부 개입을 요청했지만,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말 택배 현장을 조사한 결과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이행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택배노조는 ‘투쟁 채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가 채권을 발행하면 조합원이 이를 구매해 파업 중인 노조원의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CJ조합원 동지들의 터져 나오는 분노와 투쟁의지를 생계문제로 포기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전 조합원이 한 구좌 50만원 채권 구매에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교섭 가능성도 줄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노조가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한 뒤에야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택배노조에 밀려 요구를 들어주면 앞으로 파업이 일상이 될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며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말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기사 등이 활동하는 비노조 택배 연합회도 오는 13일 2차 집회를 예고했다. 택배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줄어든 근로시간을 다시 늘려달라고 요구한단 계획이다.

현직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인 김슬기 비노조 택배연합회 대표는 “집회를 통해 택배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할 것과 야간 근로를 다시 허용해 택배기사들이 늘어나는 물량만큼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ss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