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회장 신년간담회…"정치화된 노조, 기업보다 힘센 부분 많아"
"기업인 경시 아닌 존중해야…산업 현장 법치주의 확립"
경총 회장 "정부가 너무 노조 편향적…새정부는 규제 줄여주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10일 문재인 정부에 대해 "너무 노조 편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노동 문제에 있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나"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부동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부작용이 나타난 것도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2020년 12월 10일 이뤄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조법 개정에서 노동계의 입장만 반영되고, 또 최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점 등이 노조 편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경총은 지적했다.

손 회장은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부진한 점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우리 정부가 대응해서 지금까지 왔으니 괜찮다고 본다"며 "내수는 확장하지 못했지만, 수출 부분에서 성과를 낸 것은 상당히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규제를 줄여야 한다"며 "노사 제도를 선진화해 기업이 더 긍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우리 앞의 과제는 노동 개혁"이라며 "노동법(근로기준법)이 1953년 제정됐는데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 노조는 약자여서 노조 보호 위주였지만, 지금은 노조가 기업보다 힘센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형태에 있어서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기간제, 임시직 등 여러 형태의 고용을 활용할 수 있는데 정규직 한 가지로만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아울러 "노동법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게 개정해야 한다"며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노조가) 쟁의 행위 때 사업장을 점거해서는 안 된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처벌한다면 노동자도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유급 전임자를 얼마나 둘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조정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노조에 돈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에는 더 내라고 해서 제도를 수정하자고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현장에서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하는 것"이라며 "과격한 농성이나 법에 어긋나는 일을 자꾸 하는데 처벌하지 않으니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노조는 너무 정치화돼있다.

정치하지 않는 노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기업인을 존중해달라는 이야기를 정부에 하고 싶다.

(정부가) 너무 기업인을 경시한다"면서 "기업인 처벌이라는 막중한 부담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손 회장은 "국가의 지출이 많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금 재정 건전성을 생각해가며 지출해야 한다"면서 "초과 세수가 있으니까 이런 점에서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의 세율도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과 한일 관계 경색 등의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중국을 홀대할 수 없고 미국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풀어나가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일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답했다.

손 회장은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통합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그는 "경제단체가 2개가 있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둘이 힘을 합치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총은 이달 22일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회장 선출을 논의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이달 임기가 종료된다.

2018년 경총 회장에 취임한 손 회장은 2020년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도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