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대통령 "스페인과의 외교관계 '일시정지' 원해" 발언 논란

멕시코 "단교 요청한다는 건 아냐"…스페인 "발언의미 설명해달라"

멕시코 대통령이 스페인과의 외교관계에서 '일시정지'를 원한다는 발언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스페인과의) 관계가 현재 좋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의 일시정지(pausa)가 "(스페인이) 우리를 존중하고, 우리는 정복지로 보지 않도록 시간을 줄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정부와 좋은 관계를 원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약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멕시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법안과 관련해 나왔다.

자원 민족주의자에 가까운 좌파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에너지 시장에서 국영기업에 우선권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에 주로 투자한 외국 민간기업들보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멕시코 국영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외국 투자자들뿐 아니라 환경단체들도 우려를 표시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법안을 둘러싼 미국 등의 비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는 관계가 매우 좋다"고 설명한 뒤 스페인과는 그렇지 못하다며 관계 일시정지를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은 렙솔, 이베르드롤라 등 스페인 에너지기업들이 과거 멕시코 보수 정권 시절 이뤄진 에너지 시장 개방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며, 양국 고위층에서의 야합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일시정지'라는 용어를 놓고 질문이 이어지자 멕시코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단교를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멕시코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스페인 정부는 이러한 발언을 정당화할 만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이 전했다.

알바레스 장관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나온 발언으로,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대통령이 발언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전에도 스페인 에너지기업뿐 아니라 스페인의 과거 식민 역사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취임 직후인 2019년엔 스페인 국왕에 서한을 보내 500년 전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곧바로 거부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