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해서 거짓말했다"…경찰,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
'음주운전 후 바꿔치기' 前프로농구 선수 천기범 송치
술에 취해 운전한 사실이 적발되자 거짓말로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전직 프로농구 선수 천기범(28)씨에게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하기로 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9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전직 프로농구 선수 천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혐의(범인도피)로 천씨의 여자친구인 20대 여성 A씨도 함께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천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9시께 인천시 중구 운서동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100m가량 그랜저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일 "계단에 걸쳐있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차량 뒷자리와 조수석에 각각 앉아 있던 천씨와 A씨를 발견했다.

당시 측정된 천씨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3% 이상이었다.

천씨는 누가 운전을 했느냐는 경찰 질문에 "대리기사가 해줬다"며 전화번호를 제시했지만, 그는 기사가 아닌 보험사 관계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자신이 차량을 운전했다며 천씨와 함께 거짓말을 했으나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천씨가 운전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천씨는 이후 경찰에 출석해 "당시 당황해서 거짓말을 했다"며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던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당초 천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함께 적용하려 했으나 단순히 음주운전 사실을 숨긴 것만으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실을 숨긴 것 자체는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는 정황이기 때문에 판례들을 토대로 죄 구성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천씨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 4순위로 삼성에 지명돼 활약해 왔으나 이번 음주운전 사건으로 인해 은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