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평동 산사태 항소심도 "자연재해 아닌 인재" 원심 유지
2019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성토사면 붕괴사고) 사고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부산고법 민사5부(김문관 부장판사)는 9일 구평동 성토사면 붕괴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 기업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 유가족과 기업들은 해당 산사태가 단순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국방부)가 연병장을 만들면서 폐기물(석탄재)을 이용해 사면을 성토한 것이 붕괴했기 때문에 국가에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족과 피해기업 7곳이 감정평가를 토대로 제기한 피해 청구금액은 38억원 상당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연재해에 따른 인과성인 책임 제한 10%를 제외한 36억원 상당의 금액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방부 측이 제출한 자문 의견서 등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원심이 인정한 책임 소재에 대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난 뒤 유가족은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유가족 대표는 "4명의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동안 국방부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국방부는 유가족에게 진실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사태 현장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토사가 방치돼 있다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사고 현장 인근에는 여전히 많은 주민과 기업이 거주하고 있는데, 거대한 양의 토사도 그대로 남아 있다"며 "사고의 원인을 제거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3일 부산에 내린 집중호우 다음 날 사하구 한 야산이 붕괴해 주민 4명이 숨지고 산비탈 아래 기업들이 매몰되면서 수십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원인을 조사한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는 이번 사고가 일반적인 산사태가 아닌 성토사면(인위적 흙쌓기 비탈면) 붕괴 사고로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