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이식·봉합 수술에 45일 입원…가족 "살아계신 게 다행"
사고 견들 안락사시켰으나 3마리 남아 있어 주민들 외출 꺼려
산책 나갔다가 맹견 3마리 습격에 온몸 물어뜯긴 80대 노인
"팔, 다리, 엉덩이, 온몸이 안 물린 데가 없어요.

돌아가시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예요…"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3시 52분께 춘천시 우두동 주택가의 조용한 골목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로당에 가지도 못하고 종일 집에 있던 A(85·여)씨는 답답한 마음에 산책하러 나갔다.

그 순간 목줄이 없는 사냥개 3마리가 A씨에게 달려들어 온몸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A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냥개들의 '맹공'은 2분가량 이어지다가 때마침 차 한 대가 골목길에 들어서자 흩어지면서 끝이 났다.

A씨는 황급히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곳곳이 깊게 팬 심각한 상처에 서울의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산책 나갔다가 맹견 3마리 습격에 온몸 물어뜯긴 80대 노인
피부이식수술과 봉합수술을 거쳐 45일간의 입원 치료 끝에 올해 1월 말 퇴원했다.

A씨를 문 사냥개들은 인근에 사는 엽사가 키우는 멧돼지 사냥개로, 사고 당시 땅을 파서 우리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는 문제가 된 사냥개 3마리를 안락사시켰으나 아직 3마리를 더 키우고 있어 주민들은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외출을 꺼리고 있다.

다행히 입원비와 치료비는 견주가 든 보험을 통해 해결됐으나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을 정도로 A씨는 노년에 씻지 못할 상처를 입게 됐다.

이에 견주는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며 남은 사냥개들도 원한다면 안락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A씨의 아들 이모(52)씨는 8일 "그냥 지나가던 개가 덥석 문 정도의 사고가 아니다"라며 "만약 사고 당시 골몰길에 차량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치료가 끝남에 따라 조만간 A씨와 견주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산책 나갔다가 맹견 3마리 습격에 온몸 물어뜯긴 80대 노인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는 2016년 2천111건, 2017년 2천405건, 2018년 2천368건, 2019년 2천154건, 2020년 2천114건 등 매년 2천 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2일 경기 남양주에서는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숨졌고, 앞선 2월에는 경기도 안성시 애견카페 아르바이트생이 맹견에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

A씨 사례처럼 맹견에 피해를 봤을 경우 견주에게는 과실치상죄가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다.

2019년 8월 남양주에서 사냥개를 철창에 넣지 않고 목줄만 채운 채 대문에 난 구멍을 제대로 막아두지 않았다가 근처에서 산책하던 70대 노인의 다리를 절단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힌 견주가 중과실치상죄로 금고형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