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자·발달장애인은 조력 못 받을 수도…"요청시 신속 지원, 시민연대 발휘해야"
위치 감시앱 중단, 감염자 활보 못 막아…정부 "국민 협조 절대적 필요"
전문가 "하루 17만명 확진 시 봉쇄 말곤 방법 없을 듯"
코로나19 셀프치료 본격화…젊은 기저질환자 등 '사각지대' 우려
60세 미만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셀프' 재택치료에 들어가고, GPS 기반 격리 이탈 추적도 2년만에 중단되는 등 방역시스템의 대규모 개편이 시작됐다.

이는 이달 말 일일 확진자가 13만∼17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방역 자원을 중증·사망 방지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수에 집중하는 방역체계는 필연적으로 관리 사각지대를 낳게 돼 '방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고, 방역자원 배분을 놓고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취약계층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를 늦추지 못한다면 사회필수기능이 마비되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재택치료 모니터링 '사각지대'…젊은 기저질환자들 관리 소홀 우려
정부는 7일 하루 2회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을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집중관리군'에 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외 '일반관리군'에 속하는 환자 중에서도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하면 그레이존(gray zone)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40대인 기저질환자, 지능이 낮거나 혼자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동거가족 없이 혼자 산다면 비상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위험이 더 크다.

천 교수는 "합병증은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사각지대에 속한 인원도 급증하기 때문에 40∼50대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대책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고 천 교수는 강조했다.

또 재택치료자 수가 증가하면 집중관리군 내에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루 2회 전화 모니터링만으로는 관리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

천 교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활히 의료기관에 후송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연락·후송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 없도록 평소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으로 대량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높은 수준의 시민 의식이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 소외되거나 방치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민간 차원에서 서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역의료체계는 다른 말로 '각자도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각자도생을 잘하려면 서로 잘 도와야 하는데, 특히 사회 취약계층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셀프치료 본격화…젊은 기저질환자 등 '사각지대' 우려
◇ 자가격리앱 중지·재택키트 선별지급…감염자 활보, 의약품 사재기 우려
정부는 확진자 등의 격리장소 이탈 여부를 더는 감시하지 않고 관련 인력을 방역·재택치료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확진자와 함께 격리된 동거가족도 병원을 가거나 의약·식료품을 사러 나갈 때는 외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2020년 3월부터 활용한 GPS 기반 '자가격리앱' 사용도 중단됐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수만 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일이 위치 감시를 하는 것은 효율성도, 필요성도 떨어지지만 감염자의 지역사회 활보를 막는 것은 결국 '양심' 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해열제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자가검사키트, 소독제가 포함된 재택치료키트도 60세 이상 환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지급한다.

향후 감염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반 국민들이 관련 제품을 먼저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엄 교수는 "일반 국민이 구비하면 좋은 약은 해열제와 진통제 정도인데, 한꺼번에 수요가 몰리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본인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모니터링할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있어도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는 국민이 얼마 되지 않고, 어떤 증상을 '나쁜 징조'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증가 속도를 제어해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확진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증할 경우 중환자 급증으로 의료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재택치료로 격리되는 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사회필수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천 교수는 "기업, 학교, 소방, 경찰, 군대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결근자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며 "분야별로 미리 업무지속계획(BCP)을 훈련해봐야 하는데 준비 부족이 아쉽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정부 예측대로 이달 말 확진자가 하루 17만명까지 발생할 경우 "'락다운'(봉쇄)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셀프치료 본격화…젊은 기저질환자 등 '사각지대'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