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지침서 초안 작성한 연구원 "연구기관 의견 들어간 것 없어"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못 하는 공모지침서, 성남도개공이 작성"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초안을 작성한 연구원이 민간 사업자의 초과 이익을 환수할 방안을 공모지침서에 담지 않은 것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결정일 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재단법인 한국경제조사연구원 소속 연구원이었던 박모 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6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2014년 12월 성남도개공이 발주한 대장동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주했는데, 이 용역에는 공모지침서 작성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당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공모지침서 초안을 작성했던 인물이다.

박씨는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도시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를 참고해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했다"며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 공모지침서의) 사업 현황과 계획 부분만 일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증인이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 공모지침서와 다른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공사 측에 제안한 것이 있었는가"라고 묻자, 박씨는 "그런 제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어 "공모지침서는 발주처가 가장 유리한 내용으로 내는 것인데, 유리한 것이 뭔지 저희(연구기관)는 모르기 때문에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또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성남도개공이 일정한 사업 이익을 우선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받은 일이 있나"라고 묻자, 박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박씨는 공모지침서 내용 가운데 공모 신청 자격과 사업계획서 작성·평가 기준 등 세부 사항에 관해서도 "제가 임의로 작성해서 제안한 것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만배 씨의 변호인은 박씨에게 "증인의 생각이나 의견이 전혀 없이 성남도개공이 시킨 대로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증인의 전문가적인 생각이 공모지침서에 반영된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박씨는 "전자가 맞는 듯하다"며 "공모지침서는 발주처의 입장일 뿐 연구처의 의견이 들어갈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씨는 자신이 초안을 작성한 이후 공모지침서를 누가 어떻게 수정됐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대장동 사업의 공모지침서는 성남도개공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확정하고 초과 수익이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작성 배경과 경위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 소속이었던 정민용 변호사가 유동규 전 본부장과 공모해 김씨 등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려 이 같은 내용으로 공모지침서를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