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립에 생태적 가치 복원까지 담은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

1959년부터 2005년까지 제주를 대표하는 로컬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던 한림수직이 되살아나고 있다.

[통통 지역경제] 되살아난 제주의 로컬 패션 브랜드 '한림수직'
제주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업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친환경 패션 제조, 유통 전문 사회적 기업 아트임팩트 그리고 제주 농촌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함께 진행 중인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림수직은 성 이시돌 목장에서 기른 양들의 털을 이용해 스웨터와 카디건, 머플러, 담요 등을 만들며 1959년부터 2005년까지 운영됐던 니트 직조 브랜드다.

1954년 아일랜드에서 부임해 온 맥그린치 신부가 시작한 한림수직은 제주 4·3과 6·25 전쟁을 연달아 겪으며 모두가 가난했던 당시의 제주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맥그린치 신부는 1950년대 말 가난한 집의 한 소녀 신자가 돈을 벌러 부산에 갔다가 사고로 숨진 일을 겪은 뒤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한림수직을 설립했다.

[통통 지역경제] 되살아난 제주의 로컬 패션 브랜드 '한림수직'
맥그린치 신부가 35마리의 양을 사 오며 성 이시돌 목장이 조성됐고, 아일랜드에서 온 수녀들이 제주 여성들에게 양모를 이용한 뜨개질을 가르쳐줘 핸드메이드 방식 제품들을 제작하며 품질·디자인을 모두 인정받은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가장 호황을 누렸던 1970∼80년대에는 근무자만 1천300여 명에 달할 정도였고, 서울의 유명 호텔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고급 혼수품으로도 사랑받았다.

한림수직은 값싼 중국산 양모 제품에 밀려 2004년 결국 문을 닫았지만, 수십 년간 차별 없이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정책을 고수하며 많은 여성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통통 지역경제] 되살아난 제주의 로컬 패션 브랜드 '한림수직'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제주만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 빠르게 나타나는 환경 문제 그리고 점점 벌어지는 세대 간 차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제안하고 있다.

성 이시돌 목장과 제주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업, 친환경 패션 제조, 유통 전문 기업이 함께 제주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해 예전 한림수직의 가치를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리브랜딩 단계를 거쳐 예전처럼 성 이시돌 목장의 양털을 사용하고, 한림수직만의 시그니처 아란 무늬를 100% 되살린 울 제품 총 4종(스웨터·목도리·가방)을 개발했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맨투맨 제품도 개발했다.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로 제작된 제품 약 1천여 개는 지난해 텀블벅 펀딩을 통해 540명의 후원자를 모집했으며, 펀딩으로만 8천265만원의 판매 금액을 달성하는 성공적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12월에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약 한 달간 팝업 전시를 진행했고, 올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한림수직이 시작된 제주 성이시돌센터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일 없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통통 지역경제] 되살아난 제주의 로컬 패션 브랜드 '한림수직'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제주의 오리지널 로컬 브랜드였던 한림수직을 단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주목했던 경제적 자립이라는 가치에 생태적 가치 복원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담겼다.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는 전시와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 한림수직이 다시 시작됨을 알렸고, 올해 또다시 출시할 새로운 제품으로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릴 예정이다.

이번 한림수직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제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희망재단의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사업에 선발된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아트임팩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으로 올해 2월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