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여야, "문화침탈" 한목소리 비판
한복 입고 '직관' 문체장관엔 野 "국민 자존심 내려놨나"
여야 정치권은 5일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표현된 것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전날 전세계에 생중계된 개회식에서 56개 민족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때 한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한복과 상모돌리기가 등장해 '문화공정'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가 이렇게 많이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야당은 주무 부처인 황 장관이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도 내려놨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찬대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중국 정부의 문화공정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SNS에서 "걸핏하면 불거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은 매번 해소, 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 왔다"면서 "우리 2030 청년들이 강한 반중 정서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서 우리 국민의 반중 정서가 날로 강해진다면, 앞으로 중국과의 외교를 펼쳐 나갈 때에도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즉, 실리외교를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 국민의 분노가 증폭될 것이 뻔한데도 무시하고 강행한 중국의 노골적 문화공정"이라면서 "중국의 문화공정 야욕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대국'인 중국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말하기 전에, 우리 정부에 당당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라고 말했어야 마땅하다"며 집권여당과 이 후보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황규환 대변인도 "우리 정부는 중국몽(夢)에 사로잡혀 중국의 동북공정과 문화침탈에 대해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고, 오히려 각종 외교 사안에서는 늘 저자세를 유지해왔다"며 "단호한 대응이 있었다면 어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황 장관의 개회식 참석을 거론하며 "장관이 한복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바라만 본다고 해서 우리 문화가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중국 측에 항의 표시와 재발 방지 약속 요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회 문체위원인 배현진 의원은 전날 밤 SNS에서 "베이징 올림픽 준비 영상에 우리 문화를 훔쳐 소개했다고 지난해 국감에서 미리 경고했고, 분명 장관이 유의하겠다고 했는데?"라며 "국회의장, 문체부 장관 (개회식을) 직관하지 않았나.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 배알을 놓을 정도로 신나게 넋 놓는 개막식이었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문체위원들은 단체 성명을 통해 "더욱 큰 문제는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중국의 '도를 넘은' 동북공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지만, 아무런 대처 없이 수수방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국 정부에 대한 친중 굴종외교를 당장 중단하고, 강력한 항의 조치와 IOC에 대한 유감 표명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도 윤영희 중앙선대위 부대변인 논평에서 "세계인이 시청하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정부가 한복을 소수민족의 의복으로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라며 "백주대낮에 보물을 도둑질당하고도 도둑에게 입도 뻥긋 못하는 한심한 정부"라고 강력 비판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중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전날 밤 SNS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올려 대선주자 중에 가장 먼저 반응을 내놨다.

이날 창원 방문 중에도 "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긴 한데 이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문화공정에 대한 저의 의지,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들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SNS를 통해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