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당한 큰 부상에 결국 은퇴 결심
[올림픽] 은퇴 결심한 프리쉐 "최고의 모습으로 마지막 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
경기에서 트랙을 완벽하게 내려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으냐고 묻자 아일린 프리쉐(30·경기도청)의 두 눈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독일 출신의 귀화 선수이자, 한국 여자 루지의 '간판'인 프리쉐는 3일 밤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루지 여자 싱글 경기에 대비한 훈련 주행을 한 뒤 현역 은퇴를 예고했다.

프리쉐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모든 운동선수는 좋은 모습으로 현역 생활을 끝내고 싶어한다"면서 "나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니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후회는 없다.

지금이 그만두기에 적절할 시점인 것 같다.

선수 생활을 더 한다면 오히려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은퇴 결심한 프리쉐 "최고의 모습으로 마지막 올림픽을!"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던 프리쉐는 대한루지경기연맹의 설득에 2018년 평창 대회를 앞두고 2016년 귀화했다.

이후 6년간 자신과 한국 루지를 위해 트랙을 달려왔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귀화한 선수 중 대부분이 대회가 끝나자 자신의 원래 나라로 떠났으나, 프리쉐는 한국이 좋다며 남았다.

3년 전에는 월드컵 대회를 소화하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꼬리뼈와 양 손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랐다.

[올림픽] 은퇴 결심한 프리쉐 "최고의 모습으로 마지막 올림픽을!"
이 부상이 결국 프리쉐가 은퇴를 결심한 계기가 됐다.

프리쉐는 "작년 여름까지 훈련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부상 부위가 심각했다.

아직 손과 꼬리뼈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을 이겨내고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을 때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안도감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올림픽 경기에 나서자니, 부상으로 훈련을 많이 못 한 게 너무도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평창 대회만큼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은퇴 결심한 프리쉐 "최고의 모습으로 마지막 올림픽을!"
프리쉐는 이날 연습 주행의 1, 2차 시기에서 모두 벽과 충돌했다.

왼손을 다쳐 붕대를 감고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혹여 다친 뼈에 충격이 갔을까 봐 꽤 놀란 눈치였다.

다행히 뼈에 이상은 없었다.

경기에 나서는 데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작은 부상이었다.

주행이 불완전했던 탓에 프리쉐는 1, 2차 시기에서 모두 18명의 선수 중 꼴찌를 했다.

프리쉐는 "(경기에서 트랙을 완벽하게 내려온다면) 엄청나게 행복할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올림픽] 은퇴 결심한 프리쉐 "최고의 모습으로 마지막 올림픽을!"
프리쉐는 올림픽이 끝나면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공부할 계획이다.

전공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청각학을 배우고 싶어한다.

프리쉐는 "공부를 마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프리쉐는 이날 인터뷰 대부분을 한국어로 소화했다.

손톱에는 태극기 네일아트가 선명했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 보라고 하자 프리쉐는 "올림픽이 끝나더라도 한국 루지를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