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반미공조' 확인…전방위 협력 강화 천명
美 겨냥해 "스포츠의 정치화 저지, 진영간 대립조장 기도 반대"
중·러 외교장관 회담…"우크라·한반도 문제 등 논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중러 외교장관이 미리 만나 '반미 공조'를 확인하면서 외교·안보에서부터 경제, 무역, 에너지 등에 걸친 전방위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중국 외교부가 3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한반도 문제 등 공동 관심사와 국제 문제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조율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진영과 러시아가 긴박하게 대치 중인 가운데 러시아 측은 관련 상황을 설명하면서 안보 이익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으며 중국 측은 이해와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양측은 또 스포츠의 정치화를 저지하기로 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가운데 진영 간 대립을 조장하는 어떠한 기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의 틀 안에서 의사소통을 심화해 지역·국제안보를 함께 수호하자면서 향후 주요 외교 현안에서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왕 부장은 중러 양국이 에너지 분야에서도 전방위 협력을 강화해나자고 제안했다.

왕 부장은 "양측이 서로 공동의 이익을 수호한다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며 "상호 협력 성과물은 더욱 풍성해지고 위험 및 도전을 향한 대응도 더욱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양국 정상이 내일 대면 회담을 여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더욱 심화하는 데 매우 중대한 의의가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간의 긴밀히 협력은 국제 관계의 안정성과 예측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4일 베이징에서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열리는 두 정상 간 대면 회담은 미국 등 서방국이 신장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대치가 강대강으로 치닫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러·중 밀착 관계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