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이은 회의에서 금리를 올린 것은 2004년 이후 18년 만이다. 유럽연합(EU)은 1997년 이후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당장 금리를 올리진 않기로 했다.

英, 18년 만에 기준금리 연속 인상…ECB는 '제로금리' 유지
BoE는 3일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금리를 연 0.1%에서 0.15%포인트 올린 BoE는 올해 첫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영국 소비자들이 고공행진하는 물가 수준을 견뎌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 위원 9명 중 5명이 0.25%포인트 인상에 손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4명은 연 0.75%로 0.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1997년 BoE가 정부로부터 독립한 뒤 가장 큰 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은 올해 4월부터 1277파운드(약 208만4000원)인 에너지 요금 상한선을 1971파운드로 54%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에너지 요금 상한제를 도입한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 가정에서 지출하는 에너지 비용이 1년 동안 700파운드 넘게 증가할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5.4% 상승해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요금까지 오르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oE는 영국의 연간 CPI 상승률이 올해 4월 7.5%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전망치인 6%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EU도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보고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1월 유로존 CPI는 작년 동기 대비 5.1% 상승해 시장 전망치(4.4%)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11월(4.9%)과 12월(5%)에 이어 석 달 연속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에너지 가격이 28.6% 급등하면서 유로존 물가를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0.5%인 금리(예금 기준)를 동결하기로 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금리도 0%로 그대로 유지된다. 이날 ECB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진행하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올해 3월 종료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살인적 물가에 허덕이는 터키는 올해 1월 CPI가 지난해 1월보다 48.69% 상승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2002년 4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식료품비가 55.6%, 교통비는 68.9% 급등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