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방가르드 고전소설'·'플롯의 발견'
고전소설은 보통 권선징악 구도, 행복한 결말, 봉건성이 특징으로 꼽힌다.

내용이 엇비슷해서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고전소설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지만은 않다.

현대인이 봐도 기발하고 파격적인 작품도 있다.

최근 출간된 '아방가르드 고전소설'과 '플롯의 발견'은 고전소설 속 가치관이 낡았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고전문학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은 '아방가르드 고전소설'은 제목처럼 옛 소설 중 일부가 기존 관념과 형식을 부정하려고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김현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판소리 소설이 권위적인 지배 메커니즘에 억압돼 온 사람들이 개혁 욕망이나 자유주의적 상상력을 드러낸 장르라고 말한다.

판소리에서는 당대 풍속을 교란할 수 있는 외설스러운 장면을 묘사한 뒤 '그럴 리가 있으리오'라거나 '그건 거짓말이었다'라며 부정하는 방식을 종종 사용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장치를 '규범과 탈규범의 변증법적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사회가 쳐놓은 금기의 망과 그것을 위반하는 데 따른 쾌감 사이에 일종의 갈등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현우 인천대 교수는 여성 방관주가 남자 행세를 하는 영웅소설 '방한림전'을 분석해 이분법적인 젠더 구분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그는 "여성 영웅은 젠더 이분법에 안정적으로 속하지 못한 괴물이자 젠더 이탈자이지만, 잘못된 위치에서 젠더 규범에 따르려 노력한다"며 방한림전이 혁명적이고 전복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조 교수는 "이 작품이 통속적이라든지 혁명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젠더 이분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시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젠더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도 억압의 체계를 뒤흔들 불온한 징후가 꿈틀대고 있었음을 알려준다"고 강조한다.

김경미 이화여대 교수 저서인 '플롯의 발견'은 부제가 '한국 고전 서사의 재생산과 전환'이다.

그는 서사의 기획과 의도를 구현하는 장치인 '플롯'을 통해 익숙한 고전 서사를 다시 읽는다.

저자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고전소설 '운영전'에서 서술자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운영전에서 여성의 공간은 남성들이 엿보는 공간이 아니라 여성들이 주체가 돼 움직이는 공간이며, 여성들의 내면세계도 남성 욕망에 의해 투사된 곳이 아니라 여성 자신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곳으로 묘사된다"고 분석한다.

또 '홍길동전'에 대해서는 나름 파격적이지만 한계도 명확한 작품이라고 주장하면서 "홍길동전은 타자에 대한 공감과 타자화에 대한 욕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한국 고전 서사는 권선징악 플롯을 재생산하며 고민 없이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고전 서사를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여긴다면 그 시대를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시대로 본다는 말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어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영웅 일대기 플롯이 끈질기게 재생산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것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기존의 플롯을 흔드는 작품이 나왔다"고 역설한다.

아방가르드 고전소설 = 소명출판. 262쪽. 1만8천원.
플롯의 발견 = 이화여대출판문화원. 368쪽. 2만9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