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문화예술공간 GS아트센터가 오는 4월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다. GS아트센터는 11일 간담회를 열고 4월 24일부터 6월 29일까지 이어지는 개관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했다.
GS아트센터는 구 LG아트센터(2022년 2월까지 운영) 부지를 3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지난해 4월 철거를 시작해 현재까지도 공사가 한창이다. 극장 내부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지만 노후화된 좌석을 교체, 108석을 늘려 총 1211석을 갖췄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극장이 아니기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나 오페라, 전막 발레와 같은 작품을 올리기에 한계가 있지만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공간에 맞춘 공연을 장르 구분 없이 올린다는 계획이다.
ⓒQuinn Wharton
개관 페스티벌 첫 공연은 미국의 대표 발레단이자 발레계의 '헐리우드'로 불리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맡았다. 한국인 수석무용수인 서희를 비롯해 솔리스트 박선미, 한성우 등 실력있는 무용수들이 무용단 동료들과 함께 미국의 모던 발레를 소개할 예정이다. 2~3막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 아닌, 이 발레단의 시그니처 작품들을 단막으로 묶었다. 조지 발란신의 '테마 앤 배리에이션', 젬마 본드의 '라 부티끄'등 1947년 초연작부터 2024년 초연작까지 만나볼 수 있게 구성했다.
박선희 GS아트센터 대표이사는 간담회에서 "입체적 예술 경험 제공으로 새로운 문화 흐름을 이끄는 공연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무용, 미디어 예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구분짓지 않고 장르와 장르를 연결한 작품들을 소개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GS아트센터에서는 예술 간 경계는 사라지고 범위는 더 확장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탈경계 작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예술가들을 선정해 이들의 공연도 개관 페스티벌 무대로 올린다. 올해 큐레이션한 예술가들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각예술·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와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다.
켄트리지의 작품으로는 5월 9~10일 '시빌'과 같은 달 30일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이 오른다. '시빌'은 라이브 음악, 연극, 무용, 문학, 영상, 조각 등을 한데 모은 켄트리지의 대표작이다. 대사도 플롯도 없이 이어지는 장면 곳곳에서 미래에 대한 동시대인의 불안과 공포가 표현될 예정이다.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을 반주로 예술가의 삶을 조명하는 종합 연극이다.
현대무용 안무가로서 기괴한 상상력과 독특한 움직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모라우는 작품 3편을 소개한다. 흑백사진에 영감을 받은 모라우가 만들어낸 무용 '아파나도르'(4월 30일~5월 1일), 그의 남다른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에 이어 최신작이자 비디오, 설치미술, 퍼포먼스가 결합된 '죽음의 무도'(5월 17~18일)가 관객을 만나게 된다. 모라우는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현대무용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 특히 '아파나도르'는 스페인 전통무용 플라멩코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빨강을 버렸다. 오로지 흰색과 검정색, 빛과 그림자만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특징인데 사진과 무용을 독창적으로 엮어낸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GS아트센터는 국내 유수 단체와 협력해 공연을 올릴 계획도 발표했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6월 이곳에서 체코의 천재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의 청년 시절 걸작 3편(Forgotten Land, Sechs Tanze, Falling Angels)을 '킬리안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무대에 올린다. GS아트센터는 서울재즈페스티벌과도 협력해 야외 페스티벌을 극장버전으로 들여온다. 재즈 뮤지션 팻 메시니, 브래드 멜다우 등의 음악을 강남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다.
개관 페스티벌이 끝난 후인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공연이 오른다. 아시아 최초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7월 말)'와 라이센스 버전의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11월)'가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당초 GS공연장으로만 알려졌던 이름을 LG아트센터가 연상되는 GS아트센터로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선희 GS아트센터 대표이사는 "LG아트센터가 공연예술계에서 오랜 기간 이뤄온 성과와 업적, 헤리티지(유산)가 이 상징적인 공간에 유지되길 바란다는 GS그룹 차원의 뜻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배경을 전했다.
박 대표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 경험으로 또 다른 차원의 감각적 자극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매체를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그릇이 되는 게 GS아트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개관 페스티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이날 오픈한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개별 공연 예약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