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예상문답·검사 프로필 등 상담한 노무사…1·2심 무죄 뒤집고 유죄 판단
대법 "임금체불 등 처벌 목적 고소·고발 대리 업무도 현행법 위반"
공인노무사가 중대재해 등 산업재해와 관련한 수사·처벌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상담이나 의견서 작성 등을 하는 것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임금체불 등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 처벌을 목적으로 대가를 받고 노동당국 고소·고발을 대행하거나 대리하는 것 역시 노무사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은 노무사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인노무사가 수사 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등에 관한 내용까지 상담하는 것은 노동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구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동부 근로감독관 출신인 A 노무사는 2007∼2013년 건설현장 산업재해와 노동자 사망, 임금체불 사건 등 75회에 걸쳐 법률 상담 등을 하고 대가로 21억9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이 발생하면 사측을 위한 변론이나 대응 등 처리를 의뢰받고 수사에 대비해 참고인 진술조서 예상 문답이나 피의자별 적용 법령, 검사와 변호사 프로필 등을 상담해주는 식이었다.

내사 종결이나 무혐의, 무죄 판결 같은 결과를 얻으면 성공보수를 받는다는 내용도 약정에 포함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활동이 공인노무사법이 정한 범위의 직무 수행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인노무사법을 보면 노무사는 노동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기관에 대한 신고·신청·보고·진술·청구와 권리 구제 등을 대행하거나 대리할 수 있다.

또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서류의 작성과 확인, 노동 법령과 노무 관리에 관한 상담·지도 등도 직무 범위인데 A 노무사의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하급심 재판부는 "형사 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노동 관련 부처에 대한 행정적인 사건의 처리만을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로 제한하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해 근로감독관이 원인 조사에 나서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기준법에 따른 절차지만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지 근로기준법 위반을 수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근거가 없는 이상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따른 수사 절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A 노무사는 체불임금 등에 관한 법률 상담을 한 뒤 의뢰인의 회사 대표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고소장을 지방노동청에 제출하고,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회사 대표 명의로 답변서를 작성한 혐의로도 별도의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 역시 1·2심은 무죄였으나 대법원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유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고소·고발은 노동관계 법령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근거한 것"이라며 "고소·고발장의 작성을 위한 법률 상담도 공인노무사법상 '노동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