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막기 위해 군병력을 국회에 투입했다’는 요지의 입장을 내놨다.김 전 장관은 5일 SBS 기자와의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건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에 “네. 최소한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계엄군은 지난 4일 0시35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안건 상정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착석하고 4분 뒤 국민의힘 당대표실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했다.김 전 장관의 이날 답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하는 국헌문란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의 기능 행사를 강압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측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할 의도도 없었고, 실제로 저지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계엄군이 예상보다 늦게 국회에 투입돼 표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V(대통령) 지침. 국민 안전, 유혈사태 방지 최우선, 경찰 우선 조치. 군은 최소한 1시간 이후 투입’이라고 문자메시지에 썼다. 그는 또 기자에게 “종북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헌법가치 헌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고민이었다”고 했다.김 전 장관은 전날 밝힌 사의를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국회 현안질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김 전 장관 면직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과거 예능프로그램에 연대장(대령)으로 출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박 육군총장은 1968년생 경북 청도군 출신으로, 대구 덕원고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입교했다. 1990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뒤 제39보병 사단장, 제2작전사 참모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2022년 6월 중장으로 8군단장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장으로 육군참모총장이 됐는데, 대령으로 진급한 지 10여년 만이라 '초고속 진급'라는 평이 많았다.박 육군총장은 2013년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해룡연대편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제50보병사단 연대장(대령)으로, 출연자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지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계엄사령관에 임명된 그는 지난 3일 밤 포고령을 발표했다. 당시 박 육군총장은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한다"고 밝혔다.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고 발표했다.한편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박 육군총장은 포고령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딥페이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이 대표는 5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퇴근한 뒤 집에서 아내와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내가 갑자기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이어 "'저건 조작이다. 조작이 틀림없다. 진짜일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면서 "하지만 영상을 봤을 때 대통령은 실제로 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건 조작된 날조됐고, 가짜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같은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은 시간문제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이 대표는 "문제는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찬성) 의사는 있지만 (그러려면 부결) 당론에 반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들을 다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그(윤 대통령)는 탄핵당할 것"이라며 "유일한 문제는 그가 모레, 일주일 후에, 또는 한 달이나 석 달 후에 축출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