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헬름 추가 임상 3상 나서는 바이오젠,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매각까지…실탄 급했나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바이오젠이 미국 정부의 건강보험 메디케어를 운영하는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의 요구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에 대한 새로운 임상 3상에 나선다.

바이오젠은 27일(미국 시간) 1500명 규모로 아두헬름 확증시험 ‘인비전(ENVISION)’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알려진 1300명에서 임상 참여 환자 수가 200명 더 늘어났다. 바이오젠은 이번 임상을 통해 아두헬름의 효과를 CMS 측에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등록 환자수가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1일 CMS는 아두헬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임상시험 참가자로 제한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CMS가 아두헬름의 치료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에 대해 CMS가 추가적인 임상을 요구하며 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오젠은 이전 아두헬름 임상이 다양한 인종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CMS의 지적을 반영해 흑인계와 라틴계 인구의 임상 등록률을 높이기로 했다. 미국 참가자 중 18%를 흑인과 라틴계 인구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임상은 오는 5월 시작된다. 아두헬름의 다른 임상 3상과 마찬가지로 18개월 동안 투약환자의 인지 저하 여부를 측정한다. 바이오젠은 임상 기간을 4년으로 잡았다.

이번 임상은 CMS 요청에 따라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으로 진행된다. 과학적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임상시험 방식이다. 임상시험에 참가하는 환자 중 일부는 아두헬름이 아닌 대조군을 처방받는다. 실제 아두헬름을 처방 받는 환자는 전체 임상환자 1500명 중 1000명 내외가 될 전망이다.

국내 임상 전문가들은 CMS에서 요청한 임상 3상을 추가 진행하는데 4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시험 비용은 통상 환자 1인당 1억5000만~2억원 정도가 들며, 알츠하이머병은 환자 이탈률이 커 1500명에게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선 최소 2000명 이상의 환자 등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인비전 임상 비용은 바이오젠이 부담하며, 환자를 진단하는 비용은 FDA가 일부 지원할 수 있다.

실탄 마련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각했나
바이오젠이 지난해 9월 기준 보유한 현금(Free Cash Flow)은 7억6300만 달러(9195억원)다. 단순 계산으론 보유 현금만으로 충분히 임상 3상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젠이 상대적으로 몸이 가벼운 신약벤처가 아닌 중대형 제약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지출이라는 것이 제약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돈 들 곳이 아두헬름 임상뿐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례로, 바이오젠은 현재 신규 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 중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함께 새로운 표적 및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신약벤처기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매각은 결국 임상 3상과 M&A에 필요한 ‘실탄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바이오젠이 보유중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매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바이오젠측에서 먼저 지분 매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매도로 얻는 바이오젠의 시세차익은 1조965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시, 그리고 2018년 콜옵션을 통해 총 8090억원으로 1034만1852주(50%-1주)를 획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은 보유 중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을 2조7652억원에 매도했다. 시세차익 1조9652억원은 바이오젠의 2020년 영업이익 4조8204억원의 40.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