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연구관만 6년…형사사건에 해박한 법관 출신
피의자 참여권 배제한 압수물 증거능력 제한 전원합의체 판결 주심
'증거능력 엄격' 법리 주도 천대엽 대법관, 동양대PC 증거 인정
형사사건에서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었던 천대엽(58·사법연수원 21기) 대법관이 정경심(60) 전 동양대 교수의 유죄 판결을 확정하면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교수의 상고심 주심을 맡은 천 대법관은 판사 출신으로 법원 내에서도 형사사건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법관으로 임명되기 전 26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6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자리는 대법관의 판단을 보조하는 주요 보직으로 평가받으며, 이 자리에서 근무한 기간이 5년을 넘는 법관은 극히 드물다.

천 대법관은 검사 출신인 박상옥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작년 5월 취임했다.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하면 현 대법원에서 대법관으로 근무한 기간이 가장 짧다.

천 대법관의 엄격한 법리 해석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판결은 작년 11월 그가 주심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전원합의체는 당시 불법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두 혐의 가운데 한 건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가해자 휴대전화 안에서 다른 범죄의 증거가 발견됐는데, 수사기관이 이에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가해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사 방법과 증거능력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심이 천 대법관이어서 정 전 교수의 유죄 판결도 파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천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번 사건이 서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도 천 대법관은 여러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인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총선 무효 소송 사건의 주심을 맡아 재검표 검증을 진행한 끝에 사전투표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작년 11월에는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등 현직 판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작년 12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치상)로 기소된 조재범 전 코치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천 대법관은 청렴한 법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작년 3월 공개된 고위 법관 재산 현황에 따르면 천 대법관의 재산은 2억7천300만 원으로 공개 대상 고위 법관 144명 가운데 가장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