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로 유지했다. 다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 지출 소요로 인해 추후 신용등급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는 AAA를 받은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룩셈부르크,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10개국, AA+ 등급을 받은 캐나다,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3개국, AA 등급을 받은 뉴질랜드, 프랑스, 대만, 아부다비, 마카오 5개국 등 총 18개 국가다.

피치는 한국의 수출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견조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중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가 둔화됨에 따라 한국의 수출도 증가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 95%에서 지난해 3분기 106.5%로 '가파르게(sharply)'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계의 자산 규모, 상환능력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리스크가 억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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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이재명, 윤석열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두 유력한 후보자 모두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선거 이후에도 재정적자의 축소는 '제한적(only modest)'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중기 재정건전성엔 불확실성(uncertainty)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고령화 현상이 신용등급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재정준칙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