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美 연준…'악성 인플레이션' 감지됐나 [허란의 경제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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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컨테이너 운임지수 신고가 경신
공급난 여전한데 유동성 축소 나선 배경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
테이퍼링이 금리인상 효과 가져오는 이유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메커니즘
컨테이너 운임지수 신고가 경신
공급난 여전한데 유동성 축소 나선 배경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
테이퍼링이 금리인상 효과 가져오는 이유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메커니즘
경제한끼는 내 자산을 지키는 든든한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채널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허란의 여의도나우'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이달 공개된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 중앙은행(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경한 긴축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세로 글로벌 경기는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연준이 통화정책 긴축의 속도를 내는 속내는 무엇일까?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유튜브채널 한경 글로벌마켓 '허란의 여의도나우'에서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언제, 몇 번 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언급하면서 왜 이렇게 서둘러 긴축을 하고자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 좀더 부각되고 있다”며 “연준은 지금 공급발 악성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관측하고 있는 게 아닌 가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원자재의 해상 운임지수(BDI)가 고점을 찍고 꺾이면서 공급망이 회복됐다는 해석이 지난해 10~11월까지만 해도 나왔지만, 핸드폰 노트북 등 공산품의 운임지수인 중국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는 여전히 신고가를 뚫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수급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제대로 돌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1월 수출동향에서도 가격 인덱스가 전년 대비 20% 가량 뛴 것으로 나왔다”며 “물량 효과보다 가격 효과가 컸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망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가파른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동성과 공급난이 꼽힌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양적완화)에 나선 결과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공급난으로 인한 운임료, 렌트비 등이 급증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악성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이 발발하자 연준이 가장 우려한 것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이었을 것”이라며 “이에 연준은 물가연동국채(TIPs)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BEI·Breakeven Inflation Rate)을 높이는 형태로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왔다”고 설명했다.
물가연동국채(TIPs)는 물가가 오를수록 원금이 늘어나는 구조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TIPs 수익률은 10년물 국채수익률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값이다. 곧 BEI는 ‘명목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에서 ‘실질금리’인 10년 만기 TIPs 수익률을 빼면 된다.
그는 “유동성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면 연준이 TIPs 매입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도 BEI를 낮추면서 물가가 잡혀야 한다”면서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등 강경한 긴축 발언을 쏟아냈는데도 BEI가 생각만큼 떨어지진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발 인플레이션일 경우 함부로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의 행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그 동안 공급망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온 연준이 갑자기 긴축 행보를 서두르는 것을 좋게보면 경제가 정상화됐으니 금리를 올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안 좋게 보면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악성 인플레이션을 방조할 수 없으니 일단 유동성부터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앞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조금 늦춰졌다, 혹은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시장에서 환호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이미 유동성 축소는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결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이미 금리인상은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홍 대표는 설명한다.
연준의 기준금리란 연방기금금리(FFR·Federal Fund Rate)를 일컫는다. 민간 은행은 예금액에서 일정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 계정에 쌓아 두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서 지급준비율이 8%인 경우 A 은행이 예금 100억원을 받았다면 지준에 최소 8억원을 넣어둬야 한다. 하지만 은행마다 당일 이체 마감 등을 하다 보면 지준을 못 채우는 일이 빈번한데 그럴 때는 다른 은행으로부터 남는 지준을 빌려와야 한다. 이때 은행간 지준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FFR이다.
그는 “FFR은 연준이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중요하다”며 “은행들의 지준이 넘쳐나면 FFR은 낮아지고 반대로 지준이 부족하면 FFR이 올라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에서 0.25%로 발표하지만 이게 바로 시중금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연준의 역할은 무엇인가?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FFR이 원하는 범위에 도달할 때까지 민간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계속 사겠다는 의미다. 채권을 판 은행들의 현금(지급준비금)이 늘어나게 되면서 FFR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중에 채권을 계속 팔겠다는 의미다.
홍 대표는 “테이퍼링은 연준이 사고 있던 채권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중의 채권 수요를 줄이는 것이고 금리인상은 연준이 채권을 팔아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채권 수요가 주는 것이나 공급이 느는 것이나 강도의 차이일 뿐 같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과 그 다음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구분 지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강도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며 “테이퍼링을 한다는 것은 시장에 대해서는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금리 인상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연초부터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이달 공개된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 중앙은행(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경한 긴축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세로 글로벌 경기는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연준이 통화정책 긴축의 속도를 내는 속내는 무엇일까?
연준이 다급해진 이유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유튜브채널 한경 글로벌마켓 '허란의 여의도나우'에서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언제, 몇 번 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언급하면서 왜 이렇게 서둘러 긴축을 하고자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 좀더 부각되고 있다”며 “연준은 지금 공급발 악성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관측하고 있는 게 아닌 가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원자재의 해상 운임지수(BDI)가 고점을 찍고 꺾이면서 공급망이 회복됐다는 해석이 지난해 10~11월까지만 해도 나왔지만, 핸드폰 노트북 등 공산품의 운임지수인 중국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는 여전히 신고가를 뚫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수급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제대로 돌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1월 수출동향에서도 가격 인덱스가 전년 대비 20% 가량 뛴 것으로 나왔다”며 “물량 효과보다 가격 효과가 컸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망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유동성 vs 공급발 인플레이션
가파른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동성과 공급난이 꼽힌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양적완화)에 나선 결과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공급난으로 인한 운임료, 렌트비 등이 급증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악성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이 발발하자 연준이 가장 우려한 것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이었을 것”이라며 “이에 연준은 물가연동국채(TIPs)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BEI·Breakeven Inflation Rate)을 높이는 형태로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왔다”고 설명했다.
기대 인플레이션(BEI) = 명목금리 – 실질금리
물가연동국채(TIPs)는 물가가 오를수록 원금이 늘어나는 구조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TIPs 수익률은 10년물 국채수익률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값이다. 곧 BEI는 ‘명목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에서 ‘실질금리’인 10년 만기 TIPs 수익률을 빼면 된다.
그는 “유동성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면 연준이 TIPs 매입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도 BEI를 낮추면서 물가가 잡혀야 한다”면서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등 강경한 긴축 발언을 쏟아냈는데도 BEI가 생각만큼 떨어지진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발 인플레이션일 경우 함부로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의 행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그 동안 공급망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온 연준이 갑자기 긴축 행보를 서두르는 것을 좋게보면 경제가 정상화됐으니 금리를 올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안 좋게 보면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악성 인플레이션을 방조할 수 없으니 일단 유동성부터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시작된 금리인상
홍 대표는 “앞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조금 늦춰졌다, 혹은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시장에서 환호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이미 유동성 축소는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결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이미 금리인상은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홍 대표는 설명한다.
연준의 기준금리란 연방기금금리(FFR·Federal Fund Rate)를 일컫는다. 민간 은행은 예금액에서 일정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 계정에 쌓아 두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서 지급준비율이 8%인 경우 A 은행이 예금 100억원을 받았다면 지준에 최소 8억원을 넣어둬야 한다. 하지만 은행마다 당일 이체 마감 등을 하다 보면 지준을 못 채우는 일이 빈번한데 그럴 때는 다른 은행으로부터 남는 지준을 빌려와야 한다. 이때 은행간 지준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FFR이다.
그는 “FFR은 연준이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중요하다”며 “은행들의 지준이 넘쳐나면 FFR은 낮아지고 반대로 지준이 부족하면 FFR이 올라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에서 0.25%로 발표하지만 이게 바로 시중금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연준의 역할은 무엇인가?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FFR이 원하는 범위에 도달할 때까지 민간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계속 사겠다는 의미다. 채권을 판 은행들의 현금(지급준비금)이 늘어나게 되면서 FFR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중에 채권을 계속 팔겠다는 의미다.
홍 대표는 “테이퍼링은 연준이 사고 있던 채권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중의 채권 수요를 줄이는 것이고 금리인상은 연준이 채권을 팔아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채권 수요가 주는 것이나 공급이 느는 것이나 강도의 차이일 뿐 같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과 그 다음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구분 지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강도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며 “테이퍼링을 한다는 것은 시장에 대해서는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금리 인상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