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신한금융투자 강남TFC금융센터 부지점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김현진 신한금융투자 강남TFC금융센터 부지점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회사에서 투자를 잘하고 유명했던 선배님들이 늘 강조했던 말이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큰 수익이 날 때마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진 신한금융투자 강남TFC금융센터 부지점장은 대표이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지점장은 2020년에 무려 13억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 부지점장은 2002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해 계속 프라이빗 뱅커(PB) 업무를 담당해왔다. 현재는 강남금융센터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종합 자산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9회 연속 '플래티넘(신한금융투자 업적평가대회 개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자산과 수익 측면에서 신한금융투자 직원 가운데 정성평가를 통해 상위 5% 직원에게 수여한다.

그는 "송구하긴 한데 저같은 직원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회사가 발전하고 고객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직원들보다 조금 더 고민하고 고민한 걸 더 빠르게 실천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적당한 투자처 못 찾아 공모주로 몰려…상대적으로 저렴한 종목 사라"

김 부지점장은 최근 마무리된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그만큼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증시 부진, 금리인상을 앞둔 해외시장의 변동성 확대, 부동산 시장 정체, 정치적 불안 등 부동자금이 풍부한 탓에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많은 돈이 몰렸다"며 "미래성장 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관심도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부지점장이 근무하는 강남TFC금융센터도 청약 전날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고객들의 방문이 급증했다. 평소 대비 계좌 개설은 3~4배 증가했고 청약 전날에는 지점업무창구의 70% 업무가 계좌개설이었다. 창구에서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안 되는 외국인이나 미성년자가 많았고 이에 따라 최소증거금도 150만원 입금이 가장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부지점장은 "실제로 제가 관리하는 고객 중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가장 많은 증거금을 낸 사람은 40억원까지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무리하게 LG에너지솔루션을 청약하기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종목들을 이 기회에 매수하자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현진 신한금융투자 강남TFC금융센터 부지점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김현진 신한금융투자 강남TFC금융센터 부지점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부모에서 상속받은 자녀로 고객 이전…투자성향 많이 달라"

과거 고액자산가들은 부동산이나 예금, 달러 등에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금리, 저성장 이슈로 주식이나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김 부지점장의 분석이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금융 자산으로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경우 자녀 세대에게 상속하는 것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그냥 현금으로 상속하거나 주식으로 상속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상속이 이뤄진 경우도 많았다. 주식이나 펀드가 하락했을 때 상속한 후 다시 상승을 노리기 위해서다.

그는 "입사 초반에 관리했던 고액 자산가에 이어 그 자녀분으로 고객이 이전되는 경우도 있다"며 "초반에 관리했던 부모세대 고객은 삼성전자 투자 비중이 높았다면 자녀들의 경우는 같은 삼성 계열이라고 해도 바이오로직스를 관심있어 하는 등 성향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하반기부터 상향…"IT, 하드웨어, 전장 등 주목"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 종료 등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유동성 축소 정책이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지수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김 부지점장의 분석이다. 다만 수급적인 요인이 점차 해소된다면 대선 이후의 증시는 점진적으로 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과 같이 이미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종별 순환매가 예상돼 철저히 박스권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리 상승 우려로 순수 성장주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시클리컬이나 소비재 주식은 아직 명확한 경기 회복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업황호조나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국내외 IT, 하드웨어나 전장, 기판, 비메모리 후공정 등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이 세제혜택이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리츠도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투자 시 업종 선택·위험관리 중요…"과한 신용거래 피해야"


김 부지점장이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투자 업종 선택과 위험 관리다. 그는 "단순히 선진시장이나 신흥국 시장에 분산투자 하라고 얘기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성장하는 국가가 아니라 산업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승하는 시장에서는 누구나 수익을 낼 수 있다. 단지 누가 더 수익을 많이 내고 적게 내냐의 차이"라면서 "반면 하락하는 시장에서의 방어는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업종에 집중하지 않고 업종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들에게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투자원칙에서 벗어난 무리한 투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과한 신용거래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신용거래만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김 부지점장은 "급한 마음은 버리고 긴 투자의 여정을 즐겼으면 좋겠다"며 "올바른 투자를 통해 삶이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