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책임 묻는 방식 검토", 단체 "악화한 민심의 발로"
낙농단체 점거로 무산된 정부 '낙농제도' 설명회…갈등 격화
원유(原乳)값 결정체계 개편 등 낙농제도 개선 방안을 둘러싼 정부와 생산자(낙농가) 단체 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의 낙농제도 개선안을 낙농가에 소개하기 위해 계획했던 설명회가 ㈔한국낙농육우협회의 방해로 무산됐다고 21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달 17∼19일 경기·강원, 충청, 전남, 전북, 영남 등 5개 지역에서 낙농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이들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었다.

당초 낙농육우협회는 지난해 12월 28일 열렸던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정부의 설명회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꿔 일정 협의 등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각 지자체와 협의해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낙농육우협회 소속 농민들이 행사장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낙농육우협회에 설명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물을 것인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이를 두고 "정부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개최한 현장 설명회가 무산된 것은 악화한 낙농가 민심의 발로"라면서 "이를 낙농육우협회 탓으로면 규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며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했는데 낙농가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낙농단체 점거로 무산된 정부 '낙농제도' 설명회…갈등 격화
정부와 낙농가 단체는 낙농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지난해 8월부터 수개월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원유 가격 결정 방식을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이때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게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량은 지금보다 늘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값싼 수입 가공유 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유 자급률을 높이려면 원유 가격에 생산비 외의 시장 상황도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두고 생산자 단체들은 "유업체가 가공유를 더 사들이도록 강제할 방안이 없고 낙농가의 원유 증산 여력도 없다"며 반발한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낙농가와 유업체 사이의 계약에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개입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며 "정부가 직접 원유 수급과 가격을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낙농진흥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