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태 주칠레 대사 "4차 산업혁명 분야서 양국 협력 강화할 것"
18년 된 FTA 개선 협상 중…수교 60주년 기념 다양한 문화행사 예정
[한·중남미 60년] ④ 첫 FTA 파트너 칠레…"기후변화·디지털협력 확대 기대"
남미 칠레를 직접 방문해본 이들은 많지 않아도 칠레산 포도나 와인을 한 번쯤 먹어본 이들은 많다.

칠레에선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

1만8천㎞쯤 떨어진 두 나라를 보다 가깝게 만든 것은 2004년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황경태 주칠레 한국대사는 올해 한국과 칠레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칠레는 중남미에서 가장 먼저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1949년 5월)한 국가이지 우리나라 최초의 FTA 체결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양자관계뿐 아니라 다자무대에서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낯선 나라였던 칠레는 1998년 양국이 FTA 협상을 시작한 이후 보다 친숙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로서는 첫 FTA였고 추진 과정에서 농업계 등의 반발도 거셌지만, 진통 끝에 2002년 타결됐으며 2년 후 발효됐다.

[한·중남미 60년] ④ 첫 FTA 파트너 칠레…"기후변화·디지털협력 확대 기대"
발효 후 18년이 흐르면서 그간의 통상환경도 많이 변화해 현재 양국이 FTA 개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황 대사는 "한·칠레 FTA에는 양국 간 교역 확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최근 수년간 화력·태양광발전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對)칠레 투자도 크게 활성화했다"고 전했다.

칠레엔 현재 6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활동 중이며, 2천500명가량의 한인이 의류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황 대사는 앞으로 특히 기후변화와 디지털 분야 등에서 양국의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칠레 외교장관이 방한해 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고, 이어 11월엔 에너지장관이 방한해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황 대사는 "3월 취임하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당선인은 기존 외교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며 기후변화, 양성평등, 기술이전 등과 관련한 국제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와의 관련 분야 협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대사는 아울러 칠레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양국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60주년의 협력 비전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중남미 60년] ④ 첫 FTA 파트너 칠레…"기후변화·디지털협력 확대 기대"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그렇지만, 칠레에선 한국 대중문화의 존재감이 특히 크다.

2019년 칠레의 대규모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 때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K팝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주목받기도 했다.

황 대사는 "2000년대 초부터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칠레 한류 열기는 K팝 공연 등을 계기로 크게 성장했다"며 "현재 음식, 영화, 드라마, 한국어 등으로 관심 분야가 다각화하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대사관은 올해 퓨전 국악공연과 한국 영화제, 한식 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수교 60년을 기념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국 미래협력 비전을 논의할 수 있는 포럼 등도 준비 중이다.

외교부 중남미국장을 지내고 지난해 말 부임한 황 대사는 "한·중남미 간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발달 등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증진되고 있다"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협력 가능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해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