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펜스·차벽 등장… 경찰 "모욕 행위 형사처벌" 경고 방송
보수단체 "공권력에 대한 부당한 압력" 인권위 권고에 반발
인권위 긴급구제 후 첫 수요시위…충돌 없이 마무리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요시위 보호' 긴급구제조치 권고 이후 처음 열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기 수요시위와 보수단체의 반대 집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제1천527차 정기 수요시위는 18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50m 떨어진 서머셋팰리스 건물 앞 인도에서 열렸다.

지난 14일 인권위가 "수요시위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운동"이라며 종로경찰서장에게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한 뒤 열린 첫 시위다.

이날 경찰은 수요시위와 보수단체의 반대 집회가 열린 서머셋팰리스 앞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앞까지 200m 구간에 경력 100여 명을 투입해 충돌에 대비했다.

또 수요시위 현장 주변에 철제 펜스와 질서유지선을 치고, 정의연과 보수단체 집회 장소 사이에는 소형버스를 세워뒀다.

질서유지선에 붙어 소리를 지르거나 '정의연 해체' 등 피켓을 흔드는 보수단체 회원들도 있었지만, 이내 경찰 안내에 따라 인근 보행로로 분리됐다.

경찰의 방송 차량에서는 "집회 도중 발생하는 모욕 등 불법행위는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신고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날 집회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인권위 결정을 언급하며 "반갑고 환영한다.

인권위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모욕에도 굴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고,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책임을 묻겠다"며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 수요시위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로경찰서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수요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온전히 해소하고, 수요시위 방해를 목적으로 한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 긴급구제 후 첫 수요시위…충돌 없이 마무리
반면 수요시위와 약 20m 떨어져 반대 집회를 벌인 김병헌 위안부법 폐지 국민행동 대표는 "우리가 실정법을 위반했으면 형사 고발을 하면 되지, 왜 인권위에 가서 징징대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를 두고는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낮 12시 20분께는 인권위 관계자가 현장을 찾아 경찰과 함께 집회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집회는 오후 1시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앞서 정의연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수요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욕설과 혐오 발언 등 인권침해를 국가가 방치하고 있다며 이달 5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한 바 있다.

인권위는 경찰에 정의연의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 스피커 소음으로 시위를 방해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을 모욕하지 않도록 권유 또는 경고하고 ▲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경찰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욕·명예훼손에는 즉각 대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요구는 단순히 시위장소를 보호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소녀상 앞에서 이뤄지는 평화 집회가 보장되고,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범죄행위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