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실종자 가족 "현산·광주시 못 믿어…정부 나서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사고 9일 차인 19일 5명의 실종자 가족이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 광주 서구청에 대해 강한 불신을 토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 씨는 이날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나서 "구조 과정이 어렵다는 걸 이해하고 있지만, 너무 답답해 가족들과 함께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청, 광주 서구청이 시간을 끌면서 구조를 지연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방패 삼아 책임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붕괴 사고로 폐쇄된 인근 상가 피해자들과 화정아이파크 예비 입주민들로부터 "'광주 서구청에 대책을 요구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데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색 방법을 물어도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시간 지연을 위해 회의 모양새만 내는 것 같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희망을 포기한 뒤 사망자를 수습하면 된다고만 생각하는 듯하다"고 질타했다.

또 상층부 수색 작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구조 당국은 붕괴 이후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해체를 당초 지난 16일에 완료한다고 밝혔으나 안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오는 21일로 연기했다.

전문가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수색 방법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행정안전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다녀가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광주시와 서구청은 (시간을 끌기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광주시와 서구청을)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간이 지연돼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실종자 가족들만 현장 주변에 남아 조용히 마음을 삭일 것 같다"며 "구조 당국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아침에, 오후에, 저녁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이 정말 힘들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39층짜리 아파트 건물 1개 동 23∼38층 일부가 붕괴하면서 상층부에서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맡았던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1명은 지난 14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고, 남은 5명을 찾는 수색이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