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주최 산업안전포럼서 "우려·혼란·애매·곤혹" 한목소리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27일 시행을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한 행사에서 산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경총이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2차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포럼의 전문가 발제가 끝난 뒤 국내 주요 기업 18곳의 안전 담당 임원들까지 참여한 토론에서다.

"기소되면 무죄라도 폐업"…중대재해법 앞두고 산업계 불만 폭발(종합)
토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의 불명확성과 애매함을 지적했다.

특히 업무 특성상 상대적으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조선·건설·기계부품제조업 등에서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기업의 임원은 "사회여론이나 국민감정에 의해 무리한 원청 수사 및 처벌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설령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잘 입증하고 소명해 무죄가 나오더라도 일단 기소가 되면 이미 그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약관화"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기업은 그나마 대응이 되겠지만, 중소기업은 거의 속절없이 폐업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의 임원은 "계약서상 매우 고도의 작업이거나 영업비밀 등으로 인해 협력업체가 단독으로 작업하고 원청의 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작업공간이 원청 사업장 내부일 뿐 원청은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 사업장 내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원청의 책임을 물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 임원은 "일단 원청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면 국민 여론이 무조건 원청 책임으로 이해하고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며 "정부도 이런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어서 매우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 해설서가 불명확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 안전보건 의무를 포괄적으로 해석·적용하면 불법파견 충돌 문제가 없을지 우려스럽다"며 "협력사 관리감독자 평가까지 원청에서 부담해야 한다면 어느 단위까지 평가해야 하는지 상당히 애매하고 해설서 어디에도 설명이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혼란스럽다"며 "가령 본 사업과 관계없는 환경미화나 경비, 식당과 같은 영역의 안전보건 업무에도 원청이 직접 관여하면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못 할 수 있어 현장의 안전보건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터진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를 사례로 들면서 여론몰이식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토론 참석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아직 시행 전이지만 국민정서법으로 이미 그것보다 더한 심판과 처벌이 가해지는 듯하다"며 "여론이 대표이사 형사처벌에 집중되고, 정부 부처는 아예 면허취소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데 이는 회사 망하라는 것과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산재 예방이라는 본질로 가야 하는데 본말이 많이 전도되는 것 같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업무 부서에 더 많은 요구가 집중되고, 사내에서는 '시어머니 잔소리' 같이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이나 업무회피 현상도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다양한 대응방안이 쏟아지지만, 수박 겉핥기식 정도에 그쳐 실무부서의 대응에 어려움이 여전하다", "조직, 프로세스, 경비 집행 기준을 새로 만드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예산 관련 기준 마련이 매우 어렵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와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교수의 발제도 진행됐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전격 시행된 이후 중대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법 적용과 관련한 많은 다툼과 혼란이 우려된다"며 "개별 기업이 안전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도가 명확하게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안전 지원사업도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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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