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역사 바꾼 고전주의 거장들…신간 '고전적 양식'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고전주의의 트로이카'로 불린다.

이들은 '서양음악사의 황금기'로 불리는 고전주의 시대(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에 음악을 단순한 감정에서 해방시켜 하나의 '언어'로 격상시켰다.

최적의 균형과 일관성을 지니면서도 유머와 자유분방함, 격렬한 에너지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클래식 음악의 예술성을 위대함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어떻게 음악의 역사를 바꿨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 신간 '고전적 양식'(풍월당)이 출간됐다.

고전주의 음악에 대한 안내서이자 전문 음악가를 위한 학술서다.

미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찰스 로젠(1927∼2012)은 이 책에서 왜 당대의 많은 작곡가 가운데 이들 세 사람이 독보적이었는지를 밝힌다.

그는 우선 이들 세 음악가의 핵심은 조성 체계에 바탕을 둔 '음악 언어'에 있다고 주장한다.

'음악 언어'는 내적인 논리성과 극적인 효과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는 작곡 방식을 뜻한다.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말의 음악은 몰개성적이었는데, 고전주의 음악 언어는 객관적이면서 작곡가의 개성을 드러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형식 안에서 자유를 누릴 줄 알았고, 바로 이것이 동시대 다른 작곡들보다 탁월한 점이었다.

로젠은 특히 세 사람의 소나타 형식에 주목했다.

그는 소나타 형식은 반드시 따라야 할 법칙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의 장이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하이든은 재료와 형식의 치밀한 연관성과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 작곡 기법)이 돋보였다면, 모차르트는 폭넓은 화성 운용이, 베토벤은 형식을 밀어붙이고 확장하는 힘이 특별했다.

로젠은 이들의 핵심 장르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하이든은 교향곡, 현악사중주, 피아노 삼중주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냈는데, 고도의 논리적인 작품을 쓰면서도 논리에 갇히는 법이 없었다.

모차르트는 희극적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에서 성취를 이뤘는데, 과거의 엄숙함과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감정과 자유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현악사중주가 핵심 장르였던 베토벤은 형식을 이용하면서도 그 너머의 의미를 찾아내 음악 언어를 심오한 철학으로 심화시켰다.

로젠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은 같은 시대의 평범함을 배경에 놓고 봤을 때에야 진가가 드러난다는 믿음이 있다.

다시 말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극적으로 들리는 것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대중에게 인식시킨 패턴을 그들이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호연 옮김. 840쪽. 5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