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취소 대신 25분 정상통화…왕세제 "못만나 아쉬워, 양해 구한다"
문대통령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 국방·방산 협력 확대"
왕세제 "천궁 II, UAE 방어력 높일 것"…부산엑스포 논의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약 25분간 정상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도중 무함마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계획했으나 UAE측의 요청으로 회담은 취소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왕세제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총리가 따뜻하게 환대해 줬고 나와 대표단을 위해 기울여준 성의와 노력에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나에게 제2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오신, 형제이자 친구인 문 대통령 목소리를 들어서 매우 행복하다"며 "이런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손 밖에 있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며 이번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UAE의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긴박하고 불행한 소식"이라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UAE를 비롯한 중동지역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특히 민간인을 공격하고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테러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진정한 '라피크'(먼 길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언제나 UAE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제는 "오늘의 드론 공격은 예상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UAE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통화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방산협력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UAE에 수출한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사업계약과 우리 기업의 해저송전망 구축 사업 참여에 왕세제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건설·인프라뿐 아니라 국방·방산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를 희망하며 차세대 전투기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제는 "천궁 II가 UAE의 방어력을 높일 것이며, 한국과 UAE가 맺은 방산과 국방 분야 양해각서(MOU)는 긴밀하게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체결한 것으로, 강화된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추진하는 2030 부산엑스포 역시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두바이 엑스포의 성공 개최를 축하하며,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UAE의 성공 경험을 공유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무함마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이 두바이 엑스포에 직접 참석해서 존재감을 보여줘 감사하며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사막의 기적을 일궈낸 UAE가 중동지역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재임 중 양국은 서로 합의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의 협력 성과를 기반으로 미래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무함마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과 대화하면 진심이 느껴진다면서, 개인적인 관계도 지속해 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배우자와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이번에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며 대화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