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요시위 방해 행위에 소극·미온적 대응" 평가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고 진행되도록 경찰이 적극적인 보호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수요시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대 집회 측에 집회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두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나 인접한 장소에서 이뤄지더라도 ▲ 반대 집회 측에서 지나친 스피커 소음 등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행위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수요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권유 또는 경고 ▲ 이 사건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수사할 것 등을 권고했다.
앞서 정의기억연대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최근 1년간 수요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욕설과 혐오 발언,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를 국가공권력이 방치하고 있다며 이달 5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종로경찰서장은 "2개 이상 대립하는 집회가 신고되면 집시법에 따라 단체 간 구역을 나누고 폭력 등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집회 중 나온 일부 행위나 발언을 이유로 집회를 제지하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수요시위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하면 집회 방해 행위로부터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요시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수요시위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우리 시민사회가 그 책임을 묻는 세계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동이고, 1992년 1월 이후 30년간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세계 최장 집회로 알려져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이런 이유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질 때 조정하는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불의에 대한 책임을 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인권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수요시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반대 집회의 집회신고가 있을 때, 경찰이 소극적이고 미온적으로 대응해 수요시위 주최 측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수요시위가 매주 같은 장소와 시간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집회 방해 문제가 향후에도 반복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현재로선 경찰의 대응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인권침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반대집회 측의 수요시위 방해 행위가 지속되면 피해자들의 자유와 인격권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것은 명확하고, 수요시위의 목적과 역사성까지도 상실하게 된다"며 수요시위 방해 행위에 대한 경찰 부작위와 관련해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향후 해당 진정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긴급구제 조치로 권고한 사항이 이행됐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