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서포트 미설치 정황은 부실시공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가 부실 공사로 인해 발생했음을 의심케 하는 추가 정황이 나왔다.
붕괴사고 후 남은 아파트 구조물을 살펴본 결과 하중을 견디는 동바리(비계기둥) 등 서포트가 애초부터 설치되지 않았고, 콘크리트 양생이 불량했음을 의미하는 정황들이 다수 발견됐다.
15일 A 건설사가 현산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작성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붕괴사고 원인은 타설 하중에 대한 하층부 슬래브의 지지력 부족 탓으로 추정된다.
붕괴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최상층인 39층 바닥 면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었는데, 그 바로 아래는 설비 등 배관이 들어가는 공간인 'PIT' 층이 있고 그 아래 38층 거실 공간이 있는 구조다.
사고원인을 분석한 A 건설사 측은 시공 하중을 받는 PIT 층 슬라브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초과한 탓에 붕괴사고가 난 것으로 봤다.
분석 자료에 첨부된 설계도상으로는 슬라브의 높이가 균일한 다른 층과는 달리, 39층 슬라브는 높이차가 약 3개 정도로 나뉘어 콘크리트 타설 시 더욱 신중한 하중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즉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시공 하중을 아래 PIT 층이 버틸 수 있는 무게를 초과해, 동바리 등 서포트를 충분히 설치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고 후 남아있는 구조물의 현장 사진을 근거로 A 사는 "기술적 판단 미비로 서포트를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취재한 사진에도 슬라브 등 구조물이 붕괴하고 남아있는 38층을 비롯한 아래층 모두에서 동바리나 서포트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A 건설사 측은 "이는 PIT층 바닥 슬래브를 완료한 후 방수·설비 배관작업으로 양생을 모두 완료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38층 부분에 동바리와 벽체 거푸집이 없는 것도 "양생 완료 판단으로 제거한 것으로 추정"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부실시공을 암시하는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붕괴 후 남아 있는 슬래브의 콘크리트가 껍질이 벗겨지듯 남아 있는 모습은 "슬래브 상층 면(윗부분)이 동결 가능성을 추정케 한다"는 것이 A사의 분석이다.
또 가시처럼 남은 철근의 모습으로 봤을 때 슬래브 강도 발현 부족으로 철근 부착력이 상실됐음이 엿보였다.
광주대 건축학부 송창영 교수는 "A사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며 "해당 아파트의 사고 구간은 레벨(높이) 차이가 큰데, 이런 경우에는 높이차가 나는 부분에 하중이 더 크게 작용해 서포트를 더욱 꼼꼼하게 설치해야 한다"며 "그러나 하층 잔존 부의 사진 등을 봤을 때는 서포트 설치가 부실했거나, 아래층은 아예 설치하지 않았음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는 결국 붕괴사고의 원인이 동바리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부실시공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 의미 있는 분석이다"고 봤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사진으로만 봐도 하층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기존 시공을 제대로 했다는 현산 측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다"고 밝혔다.
동바리 등 서포트 미설치에 대한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현산 측은 "사고 당시 상황은 파악하기 어려워 답변할 수 없다"며 "정부 기관과 경찰의 조사가 시작된 만큼 사고 원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