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올해 금융 시스템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는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비은행권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고 위원장은 1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그야말로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잠재적 위험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매입 축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이슈 등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지난해 대출자산이 급격히 불어난 2금융권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비은행권의 위기 대응 여력과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올해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보다 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등 시스템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를 기본 틀로 가져가면서 총량규제는 실물 경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민·취약 계층의 실수요에는 규제를 최대한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 “코로나19와 실물경제 상황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다”며 “만기 연장 조치를 3월 말 종료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대폭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세 영향이다. 은행 가계대출의 연간 증가액은 71조8000억원으로 2020년(100조6000억원)과 비교해 큰 폭 감소했다.정소람/김익환 기자 ram@hankyung.com
화이자 '팍스로비드' 초도물량…경찰 호송받으며 인천공항서 충북 오창 이동"자, 저쪽입니다.저기 들어오네요!"13일 오후 2시 34분께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 화물터미널 앞. 아시아나항공 OZ588편이 활주로에 들어서자 공항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현지 시간으로 12일 오후 8시 15분께 벨기에 브뤼셀을 공항을 출발한 지 약 10시간 만이다.굉음과 열기를 뿜어내며 돌아가던 엔진이 멈추고 긴장한 표정의 공항 관계자들이 비행기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운송기 우측 꼬리 편 화물칸이 서서히 열리자 '코로나 종식' 문구가 붙은 화물이 모습을 드러냈다.우리 정부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서 구매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초도물량 2만1천명분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간편한 사용법과 임상시험에서 보여준 효능 덕에 코로나19 '게임체인저'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화물터미널에는 추운 날씨에도 취재진과 항공사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팍스로비드를 실은 운송기는 당초 이날 낮 12시 5분께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영향으로 예정보다 약 2시간 30분 늦은 오후 2시 30분께 인천공항에 착륙했다.오후 2시 38분께 활주로에 내려진 3개 팔레트·1.6t(톤) 분량의 치료제는 곧바로 운송용 카트에 실려 곧바로 화물터미널 안으로 옮겨졌다.각종 보온재와 그물로 싸여있어 내용물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공항 관계자와 항공사 직원들은 저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등 들뜬 모습이었다.오후 2시 48분께 화물터미널 안으로 모두 옮겨진 팍스로비드는 다시 7개 팔레트로 작게 나뉘어 4.5t(톤) 무진동 트럭 2대에 옮겨졌다.터미널 밖에서는 한국화이자 관계자 등 20여명이 치료제를 실은 트럭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느라 분주했다.현장을 지키던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넘는 사람들을 막기도 했다.이윽고 오후 3시 15분께 짐을 모두 실은 운송 차량이 시동을 걸자 호송을 맡은 경찰 순찰차 2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화물터미널을 출발했다.이날 도착한 팍스로비드 2만1천명분은 국내 유통을 맡은 유한양행의 충북 오창 물류센터로 옮겨진 뒤 곧바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처방된다.당국은 물량이 한정된 만큼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이면서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 중 재택치료를 받거나 생활치료 센터에 입소한 사람에게 치료제를 우선 투약한다는 방침이다.팍스로비드는 앞선 임상시험에서 위험군 경증과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을 88% 줄이는 등 위중증 환자를 줄이고 의료 체계를 안정화할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받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사용되는 먹는 치료제인지라 이상 반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국은 미각 이상·설사 등 경미한 부작용만 보고돼 안전성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팍스로비드 76만2천명분,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 24만2천명 분 등 총 100만4천명 분이다./연합뉴스
모든 입국자, 자가용이나 방역버스·방역열차·방역택시 이용입국 전 PCR검사 요건 '72시간 이전'→'48시간 이전'으로 강화외국인 확진자 3명 이상 태운 항공편 일주일간 운항 정지…7건 발동 앞둬해외 입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3일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가운데 방역 당국이 해외 입국자 방역 관리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현행 입국자 방역관리 조치보다 한층 더 강화된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지난 12일 제6차 신종변이 대응 범부처 TF 회의를 열었다"며 "현행 오미크론 변이 해외유입관리강화 조치에 더해 방역강화 방안을 추가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 200명에서 넷째 주에 477명으로 늘어났으며 1월 첫째 주에는 1천326명으로 급증했다.특히 이날 해외 유입 확진자는 391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참석했던 입국자 중에서도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CES 관련 확진자는 전날 0시 기준 70여명에서 이날 0시 기준 119명으로 하루 사이 50명 가까이 증가했다.이처럼 급증한 해외 유입 확진자 중 대다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해외유입 확진자의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12월 다섯째 주 69.5%였지만 1월 첫째 주 기준으로 88.1%까지 크게 올랐다.정부는 해외 유입 상황과 오미크론 전파 위험이 높아진 데 따라 보다 강화된 방역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우선 대중교통으로 추가 전파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당국은 모든 입국자들이 의무적으로 방역교통망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는 모든 입국자들이 일반 대중교통이 아닌 방역버스, 방역열차, 방역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다만 입국자들이 본인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은 허용된다.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방역교통망을 확충해 방역버스 하루 운행 횟수를 기존의 78회에서 89회로 늘릴 계획이다.입국자에 대한 사전 PCR 음성확인서 제출 기준도 강화된다.기존에는 출국일 기준 72시간 이전의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오는 20일부터는 48시간 이전의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방역 당국은 해외 유입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항공편 서킷 브레이커'도 계속 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항공편 서킷 브레이커는 외국인 확진자 3명 이상을 태우고 국내로 입국한 항공편의 운항을 일주일간 제한하는 제도다.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4주간 미국, 베트남 등 11개국의 16개 노선을 대상으로 24회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그밖에 우즈베키스탄, 몽골, 필리핀, 터키, 핀란드 등 5개국의 5개 노선에서 전날까지 7회의 해당 사례가 발생해 현재 서킷브레이커 발동을 위한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