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유쾌한 뮤지컬 찬가…'썸씽로튼'
1595년 영국 런던의 한 음침한 골목.
히트작에 목마른 극작가 닉 바텀이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 토마스를 만난다.

닉은 미래에 사람들을 사로잡을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미래를 내다본 토마스는 이렇게 답한다.

"뮤…지컬!"
뮤지컬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의 연극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분투를 그린 코미디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뮤지컬의 기원을 풀어냈다.

올리는 공연 족족 쫄딱 망한 닉은 후원마저 끊기면서 거리로 내몰릴 처지다.

아내 비아가 일하는 모습을 본 그는 토마스의 예언대로 연극과 노래, 춤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기로 한다.

닉은 셰익스피어가 쓸 역작을 미리 알아내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토마스를 찾는다.

돌팔이 예언가에 가까운 토마스는 '햄릿'(Hamlet)을 '오믈릿'(omelet)으로 잘못 보고, 닉은 오믈릿을 주제로 한 공연을 만들기 시작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유쾌한 뮤지컬 찬가…'썸씽로튼'
그러나 토마스가 빈약한 예지력으로 슬쩍슬쩍 훔쳐본 희곡이 제대로 된 뮤지컬로 나올 리가 없다.

동생 나이젤은 형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그만두라고 설득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독실한 청교도 집안의 딸 포샤와 사랑에 빠진 그는 연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진실한 글을 쓴다.

그것이 바로 '햄릿'이다.

한편, 변장한 채 바텀 형제 연습실로 숨어든 셰익스피어는 나이젤의 글을 보고 충격에 빠진 뒤 원고를 들고 달아난다.

바텀 형제는 달걀들이 출연해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하는 이 작품을 제대로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를 거의 그대로 옮긴 작년 초연과 비교하면 '한국식'으로 확 바뀌었다.

국내 관객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농담과 대사들이 이어지고, 코로나19 상황을 패러디한 장면도 나와 웃음을 자아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명대사도 차용했다.

뮤지컬 수십 개를 인용해 만든 대표 넘버 '어 뮤지컬'(A Musical)에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흥행했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은 과감히 뺐다.

대신 '서편제' 등 한국 관객에게 맞춤한 곡조가 흐르도록 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유쾌한 뮤지컬 찬가…'썸씽로튼'
진정한 뮤지컬 팬이라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지킬 앤 하이드', '레미제라블', '싱잉인더레인',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캣츠' 등의 패러디 장면도 놓칠 수 없을 것 같다.

팬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찬가 혹은 헌사라 할 만하다.

고고한 이미지의 셰익스피어를 자만심 가득한 '아이돌'로 묘사한 설정도 흥미롭다.

16세기 여성상과는 동떨어진 비아와 포샤, 속내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중년 청교도인, 뮤지컬 후원을 자처하는 샤일록 등 다른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닉 바텀은 강필석·김동완·이충주·양요섭이 맡았다.

셰익스피어는 최재림·서경수·윤지성이, 나이젤 바텀은 임규형, 황순종이 연기한다.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는 남경주와 정원영이 소화하며 비아 역은 이영미·안유진·이채민, 포샤 역은 이지수, 이아진, 장민제가 분한다.

오는 4월 10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