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혹평한 '원뿔형' 재발사 확인…사거리 1천㎞·극초음속인 마하10
'700km 이상' 군 발표와 차이…'방공망 회피' 변칙기동에 탐지못한 듯
북한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천명한 지 불과 1년만에 "대성공"을 선언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참관한 가운데 발사 성공을 주장한 만큼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신형 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시간문제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보도를 통해 전날 시험발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1천㎞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난 5일에 쏜 원뿔형태의 탄두부를 갖춘 탄도미사일을 재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모니터 4개가 설치된 전용차량 안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이 모니터 화면에는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를 통해 수신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비행 궤적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한국 군 당국이 "과장됐다"고 평가절하했던 기술력을 우회적으로 과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개된 궤적은 전날 일본 방위성이 예상 탄착지점 등을 표시해 공개한 사격 약도와도 거의 일치했다.

북한이 발표한 1천km 사거리는 전날 합참이 탐지했다고 밝힌 '사거리 700km 이상'과는 차이가 있는데, 저고도로 변칙 기동을 하면서 지구 곡면률의 영향으로 이지스 구축함 등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이날 미사일이 600km 지점에서부터 '활공 재도약' 후 240㎞ 강한 선회기동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선회기동은 탄도탄 방어망을 회피하는 활공 비행을 의미한다.

저고도로 활공 비행하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고 그만큼 요격도 어려워진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700km 비행 이후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로 더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진입, 유도 등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이 총 집약돼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미사일의 1단 발사체도 중거리급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 '화성-12형 발사대(TEL) 크기를 약간 줄인 형태로 분석된다.

이미 북한이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통해 성능을 입증한 TEL을 활용했다는 의미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연료 역시 화성-12형과 동일한 백두산계열 액체연료 사용 가능성이 높다"며 "발사차량 역시 화성-12형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관련 미사일 운용제대(부대)에서 이들 미사일이 운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군 당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활공비행 및 음속의 수 배에 이르는 속도 유지 여부 등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아직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상승 후 1단 발사체가 분리된 뒤 활공 또는 하강 단계에서도 마하 5 이상의 속도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노동 미사일 계열 경우도 상승 단계에서는 마하 9∼10, 무수단 미사일은 최대 마하 14정도지만, 이를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이날 속도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기술 은닉 측면이 강해 보이지만, 기존 배치된 미사일의 최대 속도와 큰 차이가 없으면 일반 탄도미사일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전날 북한이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최대 마하 10 내외'로 탐지했는데, 이는 상승 단계에서 정점 고도를 찍기까지 속도였다.

다만, 1단 분리 후 하강 단계에서는 이런 속도가 유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현재까지 북한의 '극초음속 성공' 평가에 회의적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아울러 군은 최대속도 마하 10으로 탐지된 이 미사일을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철매-Ⅱ와 패트리엇(PAC-3) 등으로 요격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전날에도 "우리 군은 이번 발사체에 대해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응체계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9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의 첫 시험발사 이후 북한이 불과 4개월 사이 구현해 낸 사거리와 속도 등을 고려하면, 과소평가할 수준이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합참은 지난해 9월과 지난주 발사에 대해 극초음속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했는데, 결국 이 역시 후반 변칙기동 부분을 제대로 탐지 식별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탐지하지 못하면 당연 요격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가 요격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극초음 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마하 7∼8로 각각 평가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SM-3 요격미사일보다 빨라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M-SAM 요격거리도 30㎞ 안팎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운용하면 40~50㎞ 고도에서 낙하하면서 복잡하게 활공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중국의 둥펑(東風·DF)-17의 비행 속도는 마하 10이다.

러시아도 마하 20의 '아반가르드'와 마하 10의 '킨잘'(단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으로 마하 15의 SM-3 블록 2A 요격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블록 2A가 나오기 전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항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편, 북한은 작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중 하나로 제시한 극초음속 무기 개발 성공을 선언하면서 향후에도 자신들의 연차별 계획에 따라 신무기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제시된 5대 과업 중 극초음속 무기 도입을 제외한 나머지 과업은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1만5천㎞ 사정권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ICBM)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 등이다.

올 한해 이들 전략무기의 공개 또는 비공개 시험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