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신의주 세관 '한적'…무역상 "육로 대신 해운 이용에 물류비 증가"
[르포] 소문만 무성한 북·중 육로교역 재개…현실은 '냉랭'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1년 반 동안 중단됐던 양국 간 육로교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지에선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10일 북중 무역의 70%를 차지하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찾아 북중 간 무역 재개 움직임을 직접 취재해본 결과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북중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계류하는 단둥역 철로에는 '단둥-서포'라는 글씨가 적힌 화물열차가 서 있었지만, 화물칸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열차는 지난해 봄부터 계속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포] 소문만 무성한 북·중 육로교역 재개…현실은 '냉랭'
단둥역 주변 북한 관광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와 북한산 수입품 판매점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주변 상인들은 코로나19로 2020년 초부터 인적 교류가 막히면서 여행사가 문을 닫은 지는 이미 1년도 훨씬 넘었다고 말했다.

북중을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옆에서 북한상품을 판매하는 상인은 "철도 운행이 막히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물류비가 많이 올라갔다"면서 "지금은 다롄(大連)을 통해 해운으로 물건을 들여오고 있어 물류비가 몇 배 더 비싸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상인은 "지난해 여름 이후 몇 차례 교역이 재개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매번 소문만 돌뿐 실제로 열차가 운행된 적은 없다"면서 "이번에도 10일에 열차를 운행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해관(세관)에서 무역 재개와 관련해 통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둥 지역 대북 소식통은 "이번 소문은 양국 교통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돼 무역상을 통해 퍼졌다"면서 "이번만큼은 국가 기관 쪽에서 나온 말이어서 무역상들의 기대가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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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간 육로교역이 이뤄지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바로 앞 중국 측 세관 창고 역시 장기간 교역이 중단되면서 화물은 물론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해관 검사·압수 화물 창고'라고 적힌 팻말 앞에는 해관 내부용 차 한 대가 서 있을 뿐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은 온종일 보이지 않았다.

중조우의교 맞은 편에 있는 북한 신의주 세관도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창고 문이 굳게 닫힌 채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모습이었다.

이따금 경비로 보이는 사람 3∼4명이 창고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화물 차량이나 물건을 싣고 내리는 사람은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르포] 소문만 무성한 북·중 육로교역 재개…현실은 '냉랭'
국경 근처 호텔과 숙박업소 관계자들은 북중 간 교역이 재개되려면 춘제(春節·중국의 설)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한 호텔 직원은 "지난 11월에도 한번 (교역 재개) 소문이 있었고, 이번 달에도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날짜까지 정해서 다들 기대했다"면서 "지금 상황을 보면 춘제 전에는 무역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 비상방역이 '제1순위 국가사업'이라고 강조했다"며 "중국 동북 지역의 코로나19가 안정세이긴 하지만 현재 중국 톈진(天津) 등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국경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이 화물 교류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중국 접경 지역에서 화물로 인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러시아 국경과 접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만저우리(滿洲里)시에서는 러시아와 유럽에서 운송된 화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돼 4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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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