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불안 여론' 진화에만 급급…"한미, 이미 대응 공조중" 원론적 입장만 북한이 연초부터 속도가 음속의 수 배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연쇄적으로 쏘아 올린 것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하는 과정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1발은 직선으로 700km 이상을 날았다.
최대 고도는 60㎞, 최대 속도가 마하 10 내외로 탐지됐다.
자강도는 북한이 작년 9월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화성-8형' 첫 시험발사에 이어 지난 5일 기동식 재진입체(MARV)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쏜 지역이다.
당시 발사체는 마하 6 정도로 탐지됐는데, 북한은 그때도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며 700km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날 발사체는 12일 북한 매체 공개 보도로 확인되겠지만, 기존 두 차례 발사 흐름으로 볼 때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라고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상승 후 1단 발사체와 분리된 뒤 저고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거의 직선거리로 활공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일반 항공기가 장애물을 피해서 가듯 좌우로 움직이며 방공망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을 하긴 하지만, 포물선 형태로 궤적을 그리며 낙하하는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요격이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도 "극초음속 개발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엔) 속도를 어느 정도 낸 상태에서 시험 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작년 9월 HGV와 지난주 발사된 미사일의 형상이 서로 다르지만, 두 종류 모두 작년 10월 북한 국방발전전람회 당시 공개됐던 것이라면서 이날 발사체 역시 그 연장선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재까진 속도와 사거리 등을 고려할 때 지난주 발사 당시의 '원뿔' 형태 탄두부 형상이 아닌, 작년 9월 발사된 글라이더 형태의 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극초음속 비행 때는 탄두부에 있는 공기흡입구를 통해 유입된 공기가 빠른 속도 때문에 압축되는데 이 압축된 공기가 연소실에서 초음속 속도로 연소한다.
실제로 북한이 작년 9월 '화성-8형'은 이 탄두부에 공기흡입구를 갖췄지만, 지난 5일 MARV가 탑재된 형태의 탄도미사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흡입구가 있는 글라이더형 탄두부는 활공 능력이 우수해 활공 거리가 그만큼 늘어나 사거리도 확장된다.
다만 '최대 속도'가 마하 10으로 포착됐다는 점에서, MARV 미사일과 동일 형상일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발사는 북한의 지난 5일 미사일이 "극초음속이 아닌 일반 탄도탄"이라는 군 당국의 발표에 반박이라도 하듯 엿새 만에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형상을 달리해서 시험발사를 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당시 군 당국의 발표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지나치게 불안 여론을 잠재우는 데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미국도 초창기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글라이더와 원뿔 형상 둘 다 시험했는데, 원뿔형 미사일이 먼저 성공했다.
결국 자국에 맞는 기술을 쓰는 것"이라며 "형상만으로 극초음속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 전제 대언론 설명)에서 "한반도 미사일 방어를 최적화하기 위한 한미 간 분석은 미일보다 먼저 시작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장비 공동개발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국제사회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