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이징에서 단둥까지' 험난한 중국 방역장벽 넘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열차 출발 전·도착 후 각각 핵산 검사…호텔 투숙 기준도 '최고 수위'
"출발지에서 (받은) 핵산 검사 여부와 관계없이 랴오닝(遼寧)성 방역 패스가 없는 승객은 핵산 검사를 받으세요.
"
북중 육로교역 재개 여부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6시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역에 도착했을 때 승차장 스피커폰에서는 방역 안내 멘트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대충 흘려듣고 역사를 빠져나가는 데 한 방역 요원이 가방을 낚아채며 천막으로 만든 임시 방역소를 가리켰다.
이미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직전 핵산 검사를 받은 터라 자신 있게 코로나19 애플리케이션(앱)인 '젠캉바오'(健康寶)를 켜서 그린코드를 보여줬지만, 방역 요원의 태도는 단호했다.
젠캉바오는 중국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개인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녹색(정상)·황색(관찰)·빨간색(집중관찰) 등 3가지 색으로 구성돼 있다.
휴대전화 기록 등 위치 추적을 통해 위험지역에 다녀온 경우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이 표시가 뜨면 건물이나 관광지 등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없다.
방역 요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역 광장 한편에 승객 안내문이 서 있었다.
정신을 추스르고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보니 '외지(랴오닝성 밖)에서 오는 승객은 그린코드 소지와 관계없이 역 임시 방역소에서 핵산 검사를 받은 뒤 검사 확인증을 목적지 관계자에게 제출하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전 48시간 동안 이용할 핵산 검사를 받아 왔건만 '중국 특색 방역'의 벽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사실 중국 방역의 벽은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녹록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성(省)급 지역 간 이동을 위해서는 현지의 방역 규정을 따르는 것은 물론 출발 전에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방역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베이징의 경우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
확인서가 없는 승객은 체크인할 수 없고, 항공기 탑승이 거부된다.
기차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지역은 48시간 이내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역사 진입 자체를 할 수 없다.
음성 확인서 없이 열차 탑승이 가능하더라도 도착지의 방역 규정에 따라 음성증명서가 없으면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든 핵산 검사는 필수 코스다.
출장이 급히 결정돼 항공편은 포기한 채 기차 편을 알아보다가 10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베이징발 단둥행 직행 열차표를 예매했다.
10일 아침 일찍 핵산 검사를 받고 기차 탑승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전 핵산 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도하며 베이징 차오양(朝陽)역 앞에서 대기했다.
운 좋게 오전 11시께 핵산 검사 결과가 나왔고, 무사히 단둥행 열차에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장장 5시간을 고속철을 타고 도착한 단둥역에서 또 핵산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사 결과를 받아든 지 7시간이 안 된 시간이었다.
단둥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 방역소에는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내가 탄 기차만 해도 100여명이 넘는 승객이 있었는데 그 뒤로 속속 기차들이 도착하면서 대기 줄은 더 길어졌다.
방역 요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자 줄에 서자 검사 비용을 결제하는 QR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대기하는 동안 40위안(약 7천원)의 검사비를 결제하고, 여권과 전화번호를 통해 신분 정보를 확인해 제출했다.
1시간 넘게 대기해서야 겨우 검사를 마쳤다.
다음 단계는 예약한 호텔의 주소를 확인해 호텔이 있는 관할 구역의 담당자를 찾아야 했다.
임시 방역소 안에는 단둥시 행정구역별로 담당자가 책상을 놓고 앉아 있었다.
얼른 바이두(百度) 지도 앱을 켜고 호텔 이름을 입력했다.
지도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주소를 보고 호텔이 있는 '허쭤(合作)구' 팻말을 찾아 담당자에게 핵산 검사 확인증을 내밀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교통방역통제-허쭤구'라고 써진 분홍색 딱지를 건넸다.
딱지를 들고 임시 방역소 출구로 향하자 방역 요원이 딱지를 수거한 뒤 임시 방역소 출구를 열어 주었다.
방역 요원은 "핵산 검사 결과는 투숙하는 호텔이나 거주지 행정기관에 통보된다"는 안내 멘트를 스피커폰을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지 약 1시간 반 만에 단둥역을 탈출하니 이미 진이 빠질 대로 빠졌다.
서둘러 역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방역의 벽은 호락호락하게 아늑한 침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프런트 안내 직원은 역에서 준 핵산 검사 확인증을 요구하고, 베이징에서 받은 검사 결과도 확인했다.
또 중국 중앙정부 방역 앱인 '싱청(行程)카드'의 그린코드도 꼼꼼히 체크했다.
이 외에도 건강 상태와 위험 지역 방문 여부를 묻는 서류 2장을 작성한 뒤에야 방을 배정해줬다.
베이징부터 단둥까지 장장 8시간이 걸렸다는 푸념에 호텔 직원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어쩔 수가 없다"면서 "정부의 방침이 자주 바뀌어서 우리도 가끔 헛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북중 육로교역 재개 여부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6시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역에 도착했을 때 승차장 스피커폰에서는 방역 안내 멘트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대충 흘려듣고 역사를 빠져나가는 데 한 방역 요원이 가방을 낚아채며 천막으로 만든 임시 방역소를 가리켰다.
이미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직전 핵산 검사를 받은 터라 자신 있게 코로나19 애플리케이션(앱)인 '젠캉바오'(健康寶)를 켜서 그린코드를 보여줬지만, 방역 요원의 태도는 단호했다.
젠캉바오는 중국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개인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녹색(정상)·황색(관찰)·빨간색(집중관찰) 등 3가지 색으로 구성돼 있다.
휴대전화 기록 등 위치 추적을 통해 위험지역에 다녀온 경우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이 표시가 뜨면 건물이나 관광지 등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없다.
방역 요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역 광장 한편에 승객 안내문이 서 있었다.
정신을 추스르고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보니 '외지(랴오닝성 밖)에서 오는 승객은 그린코드 소지와 관계없이 역 임시 방역소에서 핵산 검사를 받은 뒤 검사 확인증을 목적지 관계자에게 제출하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전 48시간 동안 이용할 핵산 검사를 받아 왔건만 '중국 특색 방역'의 벽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사실 중국 방역의 벽은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녹록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성(省)급 지역 간 이동을 위해서는 현지의 방역 규정을 따르는 것은 물론 출발 전에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방역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베이징의 경우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
확인서가 없는 승객은 체크인할 수 없고, 항공기 탑승이 거부된다.
기차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지역은 48시간 이내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역사 진입 자체를 할 수 없다.
음성 확인서 없이 열차 탑승이 가능하더라도 도착지의 방역 규정에 따라 음성증명서가 없으면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든 핵산 검사는 필수 코스다.
출장이 급히 결정돼 항공편은 포기한 채 기차 편을 알아보다가 10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베이징발 단둥행 직행 열차표를 예매했다.
10일 아침 일찍 핵산 검사를 받고 기차 탑승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전 핵산 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도하며 베이징 차오양(朝陽)역 앞에서 대기했다.
운 좋게 오전 11시께 핵산 검사 결과가 나왔고, 무사히 단둥행 열차에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장장 5시간을 고속철을 타고 도착한 단둥역에서 또 핵산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사 결과를 받아든 지 7시간이 안 된 시간이었다.
단둥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 방역소에는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내가 탄 기차만 해도 100여명이 넘는 승객이 있었는데 그 뒤로 속속 기차들이 도착하면서 대기 줄은 더 길어졌다.
방역 요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자 줄에 서자 검사 비용을 결제하는 QR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대기하는 동안 40위안(약 7천원)의 검사비를 결제하고, 여권과 전화번호를 통해 신분 정보를 확인해 제출했다.
1시간 넘게 대기해서야 겨우 검사를 마쳤다.
다음 단계는 예약한 호텔의 주소를 확인해 호텔이 있는 관할 구역의 담당자를 찾아야 했다.
임시 방역소 안에는 단둥시 행정구역별로 담당자가 책상을 놓고 앉아 있었다.
얼른 바이두(百度) 지도 앱을 켜고 호텔 이름을 입력했다.
지도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주소를 보고 호텔이 있는 '허쭤(合作)구' 팻말을 찾아 담당자에게 핵산 검사 확인증을 내밀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교통방역통제-허쭤구'라고 써진 분홍색 딱지를 건넸다.
딱지를 들고 임시 방역소 출구로 향하자 방역 요원이 딱지를 수거한 뒤 임시 방역소 출구를 열어 주었다.
방역 요원은 "핵산 검사 결과는 투숙하는 호텔이나 거주지 행정기관에 통보된다"는 안내 멘트를 스피커폰을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지 약 1시간 반 만에 단둥역을 탈출하니 이미 진이 빠질 대로 빠졌다.
서둘러 역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방역의 벽은 호락호락하게 아늑한 침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프런트 안내 직원은 역에서 준 핵산 검사 확인증을 요구하고, 베이징에서 받은 검사 결과도 확인했다.
또 중국 중앙정부 방역 앱인 '싱청(行程)카드'의 그린코드도 꼼꼼히 체크했다.
이 외에도 건강 상태와 위험 지역 방문 여부를 묻는 서류 2장을 작성한 뒤에야 방을 배정해줬다.
베이징부터 단둥까지 장장 8시간이 걸렸다는 푸념에 호텔 직원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어쩔 수가 없다"면서 "정부의 방침이 자주 바뀌어서 우리도 가끔 헛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