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지고 반도체·로봇공학·생명공학 떴다
벤처캐피털 중국 투자, 작년 157조원 역대 최고
지난해 중국 정부의 정보기술(IT) 업계 규제 강화에도 벤처캐피털의 중국 투자가 1천306억 달러(약 157조원)로 역대 최대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서치회사 프레킨에 따르면 이는 1년 전의 867억 달러보다 약 50% 늘어난 금액이다.

중국이 작년 여름 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한 규제를 가했을 때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투자를 멈췄지만, 몇 주 만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시 작동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나 차량호출업체 디디 같은 대표 기업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창업자들과 벤처캐피털은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동했다.

인터넷 사업에서 고개를 돌려 반도체, 로봇공학, 기업 소프트웨어 같은 최첨단 핵심기술로 옮겨갔다.

지난해 생명공학 분야에 유입된 자금은 141억 달러로 2016년보다 10배 늘었다.

홍콩에 있는 로펌 KWM의 변호사 장징징은 "중국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는 여전히 왕성하다"면서 "첨단기술이 있는 스타트업으로 점점 많은 자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벤처 투자 전체에서는 아직 미 실리콘밸리에 한참 뒤졌다.

실리콘밸리에 몰린 투자액은 작년에 사상 최고인 2천966억 달러로 중국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특정 기초기술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예를 들어 프레킨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분야는 지난해 88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는 미국 기업들이 받은 13억 달러의 6배 이상이다.

중국은 5개년 경제계획에서 기초 연구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변화는 미중 갈등 속에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우선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중국 정부는 중국의 미래를 위한 혁신의 중요성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딥테크(deep tech)에 대한 투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저기술, 원천기술 등으로 불리는 딥테크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블록체인, 생명공학, 양자컴퓨팅을 포함해 최종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기술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중국 당국의 규제로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는 분야가 축소된 상황에서 이들 분야에 자금이 몰려 과열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픽스무빙의 창업자 안젤로 위는 자본 집약적이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자율주행 기술 사업에 투자자들을 유치하느라 고심했지만 지난해 당국의 인터넷 기업 규제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투자자들이 딥테크로 이동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2020년에는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가 물음표였다면 올해는 문제가 아니다.

자금 조달 시 가치를 얼마로 평가받을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구글 임원을 지낸 리카이푸가 창업한 기술 벤처캐피털 시노베이션벤처스는 올해 투자금 전액을 딥테크와 생명공학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업체의 해당 분야 투자액은 2010년만 해도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치밍벤처파트너스를 창업한 게리 리스켈도 딥테크 스타트업이 자사 전체 투자액의 40%를 차지해 2010년의 10%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모든 벤처 업체들이 이렇게 한다"면서 "그들은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