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 사진=한경 DB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 사진=한경 DB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요예측에 나서면서 연초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금액을 공모할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이 회사의 기업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부터 오는 12일 국내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배터리 부문 자회사로, 앞서 25만7000~30만원의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제시했다.

향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상단으로 결정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단숨에 시총 3위권 내에 진입하게 된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산출한 공모 예정 금액은 12조700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70조원에 달한다. 즉 상장하자마자 네이버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선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른다. 상장 공동주관사 7곳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적정 시총을 112조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등은 100조원으로 산정했다. 현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약 9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하는 만큼, 공모가는 밴드 상단인 30만원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부문을 고려할 때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높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상장 직후 유통 물량에 대해선 일부 우려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 방식으로 산정했다.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주당 평가가액은 47만9514원(기업가치 112조원)이다. 이때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 구조가 유사한 중국 CATL과 삼성SDI를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뒤 EV/EBITDA 방식을 활용해 가치를 평가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를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과 비교한 수치로 주식 가치 산정에 주로 사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CATL(80.7배), 삼성SDI(22.0배)의 평균인 51.4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약 112조원으로 평가한 뒤 여기서 40% 정도 할인된 가격을 공모가 밴드로 제시한 것이다.
CATL은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회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시장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는 경쟁사이기도 하다. 현재 해외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가 CATL, 2위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번 공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4250만주 전량을 완판하면 희망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최소 10조9225억~최대 12조7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최대주주이자 모회사인 LG화학의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면 LG에너지솔루션 유통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절반(50%)이상만 확보해도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고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면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에는 지분율이 81.84%로 낮아지게 된다. LG화학의 의무 보유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기관들의 확약도 일반 투자자들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상장 당일 유통 비율이 확약에 따라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관 의무 보유 확약 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에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 유통 가능 주식의 비율은 14.53%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에 대해선 다들 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적인 투자 관점에선 보호예수 물량이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최대주주인 LG화학의 의무보유가 기간이 끝나는 6개월 뒤부터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우려가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권영수 부회장은 이날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CATL 추월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CATL보다 수주잔고가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미래를 볼 때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CATL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적재산권(IP)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그 결과 CATL과 달리 다양한 글로벌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정책에 따라 CATL이 어렵지 않게 매출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의 강점에 대해서는 "생산기지가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글로벌하게 갖춰졌다"고 어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기준 수주잔고는 260조원 규모다. 폭스바겐과 GM, 테슬라, 아우디, 현대차, 포드, 볼보, 포르쉐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