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비중 낮추고 적어도 3월까지 가치주로 대응"

국내 증시가 미국의 긴축에 따른 불안감에 휩싸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10일 오전 1% 넘게 하락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부담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위험 대비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자산 축소는 유동성 흡수를 의미하므로 변동성 확대 대비가 필요하다"며 "코스피가 2018년 미국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국면에서 20%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2,700∼2,800대까지 하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을 통과하면서 쌓인 잉여 유동성이 증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크게 확장한 측면이 있다"며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이벤트는 증시 방향성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가능성이 커지는 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이라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연준의 긴축 우려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의 정책 정상화를 대비해왔으나, '양적 완화 축소→금리 인상→양적 긴축' 간 시차가 과거 사이클보다 짧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불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코스피 2,700까지 하락 위험…2∼3개월 어려워져"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변동성 확대 국면이 추세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는 이르면 이번 주 혹은 늦어도 한 달 이내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약세장이 경기와 금리 흐름에 따라 석 달가량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실질 금리 반등세가 지속하면서 2∼3개월 정도 위험자산 전반이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며 "경기선행지수 하강 구간에 이뤄지는 긴축이어서 시장이 더 거칠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은 "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이나 이후 긴축 속도는 지표에 따라 변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미국 내 공급난이 완화하면서 인플레이션 급등 사태도 해소될 여지가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그러나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사하고 결정한 2017년 3월 FOMC 회의에서 같은 해 10월 실제 시행하기까지를 보면 시장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노 연구원은 "미국 연준 목표가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로 이동한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금리 상승세가 제한되면서 주식의 평가가치 부담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 "코스피 2,700까지 하락 위험…2∼3개월 어려워져"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당분간 위험에 대비하는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행보를 고려하면 시장 금리는 상승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보유한 산업과 기업이 해당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며 반도체 업종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실적 가시성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성장주 편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소재, 건설, 자동차 등 대형 가치주와 중·소형주에 대한 대응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업종 위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영증권은 금리 상승기 수혜주인 금융·전통산업 가치주를 투자 대안으로 꼽으면서 "가치주도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오는 3월까지 제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