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 퇴조 속 인기 유튜브 '잭팟'…후보들도 2030 눈높이 의식
코로나에 비대면 선거운동 대세, 유권자 접점 극대화 노력…여론 실시간 급변 환경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여야 후보들이 과거 사용된 적 없는 뉴미디어 선거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기성 신문·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든 가운데 후보들이 지지자들과 '직거래' 가능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대선을 꼭 2개월 남겨둔 9일. 여야 후보의 대결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뉴미디어 부문에서 뜨겁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기존 소셜미디어(SNS)의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AI),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신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비대면 선거문화의 뿌리가 깊게 자리잡는 모습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별 장단점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직접 통로가 열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만큼 여론이 실시간으로 급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 2030 파워 속 여론 흐름 쥐락펴락 '커뮤니티 정치'·유튜브 열풍
2022년 새해벽두 대선 정국을 달구는 플랫폼은 젊은이들이 '커뮤'로 줄여 부르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하자 탈모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지지 선언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올리자 2030 남성들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역시 폭발적 지지세가 형성됐다.

여야 모두 자기 진영에 우호적인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바를 살피고 이를 정책에 반영, 다시 커뮤니티 안에서 호응을 얻는 '선순환'을 노리고 있다.

이런 전략은 2030 세대 눈높이를 겨냥한 측면이 커 보인다.

40대가 이 후보, 60·70대가 윤 후보에게 각각 몰표를 주는 가운데 이른바 'MZ 세대'로 불리는 2030이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다만, 커뮤니티 정치가 편협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한다.

임명묵 작가는 2030 트렌드를 다룬 저서 'K를 생각한다'에서 "특정 커뮤니티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주제가 사회 일반에서는 전혀 관심 없는 주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TV 토론 위력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유튜브 열풍도 만만치 않다.

여야 대선 후보에게 경제 정책 비전을 물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AI 기술이나 NFT까지 총동원해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광장에서 브라운관으로
역대 선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방불케 하는 미디어전(戰)이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선거 운동의 플랫폼은 말 뜻 그대로 '광장'에 머물렀다.

'광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동안 대선 주자들과 국민이 처음 만나는 무대로 기능했다.

세싸움 양상으로 흐른 1987년 대선 당시 후보들은 청중 동원에 열을 올렸다.

평민당 김대중(DJ) 후보와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여의도광장에 각각 130만 명을 동원하자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150만 명을 불러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광장의 청중 수로 판세를 가늠하던 시절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로 사람을 실어나르는 조직 선거가 미디어 전략보다 우선시 됐다.

앞서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한강 백사장을 가득 메운 30만 명의 인파를 향해 확성기에 대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 외치던 1956년 대선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그 유명한 장충단 유세도 비슷했다.

1992년 대선에 이르러 TV가 새 플랫폼으로 부각됐다.

'달변'을 앞세운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민자당 김영삼 후보에게 TV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다.

TV 토론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1997년 대선 때부터였다.

대중 동원 정치의 시대가 저물고 TV 토론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 극우 매체가 사상 검증 대토론회를 열어 김대중 후보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할 수 있느냐' 묻고, 이를 지상파 3사가 생중계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 인터넷에서 모바일로…"2022년 대선, 미디어전의 분기점"
광장과 TV토론 중심의 대선 플랫폼이 인터넷으로 직행하는 기점은 2002년 대선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02년 대선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썼다.

대선 정국에서 인터넷이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였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출범한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는 헌정사상 최초의 국민 경선 흥행에 한몫하며 '조중동'의 아성을 위협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노사모'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다크호스에서 대선 후보로, 대통령으로 밀어 올린 '노풍'의 주역으로 꼽혔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대선 전날 단일화 약속을 깨고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뒤 밤새 인터넷으로 투표를 독려한 노사모의 맹활약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TV 토론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후보는 TV 토론에서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진다"는 '어록'을 남기며 진보정당 약진을 이끌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TV 토론에서 사상 유례없는 '난타전'을 벌여 관심을 집중시켰다.

5년 뒤 2012년 대선에선 모바일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덕분이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그 중심에 있었다.

보수 정권 연장을 저지하려 했던 '나꼼수'는 한 때 전 세계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권자들은 드러내놓고 편향적인 이들의 방송에 열광했다.

모바일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모바일 기반의 뉴미디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2022년 대선은 미디어전의 또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운동의 방법이 우리나라처럼 급속하게 변화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