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연구…5년 새 규모 4배로 '껑충'
BTS-유니세프 캠페인, '아미' 참여로 4년간 350만달러 모으기도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팬이 주축이 돼 기부 활동을 벌이는 이른바 '팬덤기부'가 매년 규모를 키우며 기부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와 미국 인디애나 대학 릴리 패밀리 필란트로피 스쿨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웹 크롤링(자동 데이터 수집) 기법으로 최근 5년간 국내 팬덤기부 규모를 분석했다.

'팬덤기부, 팬클럽 기부, 팬덤선행, 팬클럽 선행' 등 주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2016∼2020년 관련 보도자료를 분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에서 2020년 국내 팬덤 기부금 규모는 약 34억5천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7억7천200만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으로 뛴 수치다.

2017년에는 12억4천900만원으로 증가했다가 2018년에는 4억7천300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연도별 편차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9억2천500만원으로 다시 늘어났고, 특히 코로나19 이슈가 부상했던 2020년에는 기부 규모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뛴 셈이다.

팬덤의 기부 동기는 ▲ 유명인의 선행 기부 후 팬이 서포트하는 형식의 기부 ▲ 앨범 발매·생일·데뷔일 등 기념일 관련 기부 ▲ 팬덤 자체 기획 기부 ▲ 기타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2016∼2017년에는 유명인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기념일 관련 기부가 주를 이뤘으나, 2019년부터는 팬덤 스스로 유명인과는 별개로 기획한 기부를 실천하는 '팬덤기부 문화'가 정착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2019년 이전에는 자선적인 목적과 유명인 지지의 일환으로 기부가 진행됐다면, 이후에는 팬덤 스스로 기부 목적을 정하고 전 과정에 참여하는 과학적인 기부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팬덤 유형으로는 ▲ K-POP(케이팝) 스타 ▲ 배우 ▲ 운동선수 ▲ 가수 ▲ 트로트 가수 ▲ 기타(성악가, 개그맨) 등으로 크게 분류됐다.

케이팝 스타 팬덤은 2017년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여파로 크게 증가했고, 2019년부터는 방탄소년단(BTS) 팬덤 기부 활동이 크게 두드러지면서 기부 규모가 급증했다.

트로트가수 팬덤은 2020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부 건수와 금액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TS의 경우 멤버들의 선한 영향력이 팬클럽 '아미'(ARMY)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등 팬덤 기부의 좋은 사례로 꼽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BTS가 공동으로 진행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은 팬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4년간 360만 달러(약 43억3천여만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금전적인 차원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기부도 이뤄진다.

BTS 멤버 지민의 생일을 맞아 인도네시아 팬들은 중부 자바 해안가에 맹그로브 묘목 8천여 그루를 심었다.

국내에서도 BTS 팬들이 멤버 뷔를 위해 나무 1천200여 그루를 심어 뷔의 본명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멤버 정국의 생일을 맞이해 조성한 숲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의 오래된 팬인 김예진(28·가명) 씨도 최근 새해를 맞이해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 이름으로 어린이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고 한다.

김씨는 "좋아하는 멤버가 평소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걸 보면서 그 취지에 공감했고, 팬으로서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해 적은 금액이지만 때마다 멤버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팬덤 문화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전에는 단순히 스타를 추종하고 열광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팬들은 스타에 투영해 자신들이 대외적으로 이루고 싶은 뜻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께 펼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며 "일방적인 추종이 아니라 팬과 스타가 서로 상호보완하며 함께 가는 관계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