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정·관가 '정치적 괴롭힘'·'정치적 희생양' 반발
영화감독 쿠스투리차 "백신 거부자에 대한 세계 정부의 처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테니스 남자 단식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의 호주 입국이 거부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르비아의 반발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세르비아 정·관가가 한목소리로 호주 정부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영화 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르비아 국회의장이자 전 총리인 이비차 다치치는 조코비치가 '정치적 괴롭힘'을 견디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라도 조코비치가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그 나라에 방문한다고 하면 시민권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것"이라며 "호주의 행동은 부끄러운 일이며 (호주) 총선이 임박하면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해 나온 결과"라고 비난했다.

세르비아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조코비치가 그의 의지와 달리 정치적 게임의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굴욕을 당하기 위해 호주로 유인됐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조코비치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불법체류자가 아니지만, 호주 당국에 의해 그런 취급을 받았다"며 "이번 일에 그의 팬들과 세르비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르비아는 조코비치가 머무는 호텔이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사용되다 지금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을 수용하는 구금시설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르비아 정부는 호주 주재 대사관을 통해 호주 정부에 공식 항의문을 보냈고, 네마냐 스타로비치 외무 장관은 세르비아 주재 호주 대사에게 구두로 항의하기도 했다.

세르비아 외무부는 세르비아가 조코비치의 입국 여부에 대한 호주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도 "호주 당국이 우호적인 양국 관계의 정신으로 조코비치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코비치의 가족은 조코비치에 대한 지지 시위를 독려했다.

그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의 팬들과 지지자들이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시 의회 앞에 모이길 요청한다"며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자국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세르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는 뉴스 포털 이스크라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은 "새로운 세계의 속박을 원치 않고 더 공정한 질서를 믿는 저항가가 체포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유명인을 체포하는 내용의 영화 줄거리가 떠오른다며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세계 정부의 처벌이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코비치는 오는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5일 밤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주 당국은 그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으며, 백신 면제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국 승인을 거절했다.

조코비치는 현재 멜버른의 한 호텔에 머물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조코비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의 지속적인 성원을 느낄 수 있다"며 팬들과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