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 거칠고 무례한 뉘앙스 담긴 표현 사용해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만들겠다'(emmerder)고 말해 반대자들의 비난을 샀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논란의 불씨가 된 이 표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후 엘리제궁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면담을 마치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구어체로 보이는 말투에 사람들이 화를 낼 수 있지만, 나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화가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어 "시민이 된다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이며 의무가 앞선다"며 "'나는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그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흘 전 일간 르파리지앵이 온라인에 공개한 독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전략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정말 성가시게 만들고 싶다며, 끝까지 계속 그렇게 하는 게 전략이라고 답했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정부가 이달 15일 시행을 희망하는 백신 패스 법안을 심의하며 진통을 거듭하던 하원은 인터뷰가 나오고 나서 논의를 중단했고, 4월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잠재적 경쟁자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을 평가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재선 도전 여부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논쟁을 일으킨 동사 'emmerder'는 사전에 누군가를 성가시게 만들다, 귀찮게 또는 짜증 나게 한다는 뜻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더 거칠고 무례한 뉘앙스를 품고 있다.

이 단어에 들어있는 'merde'의 뜻은 '똥'이고 '제기랄', '빌어먹을'과 같은 감탄사로 쓰인다.

논란의 인터뷰가 나온 날 상원에 출석했던 장 카스텍스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사용한 단어는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표현이라며 "프랑스 대통령은 다른 모든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두둔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달 5일 기준 12세 이상 인구의 92%가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차례 이상 맞았고, 백신을 거부하는 500만여명이 나머지 8%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프랑스에서는 연말 연휴와 겨울 방학이 겹친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달 5일에는 33만2천25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일 사망자는 246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2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고 이중 3천695명이 중환자실에 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천118만3천238명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12만5천13명으로 세계 12위다.

/연합뉴스